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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에게 고함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열 받음, 걱정, 안도, 절망, 탄식……. 대통령 예비 후보자 관련 소식들은 나를 흥분시킨다. 충돌하지 않는 단어들인데, 으르렁거리며 악다구니 소리를 지르게 한다. 어떤 후보는 ‘국정 소신과 운영철학’보다 반대 정서를 이용한다. 또 어떤 후보는 ‘나 아니면 안 된다’라고 외쳐댄다. 선거철마다, “그 정도면 양호해”로 합의해 주는 선거문화의 불감증도 여전하다.

 

다수의 인간은 원망(願望)보다 희망을 앞세운다. 희망은 구조화되어 견고한 욕망으로 꿈틀거린다. 욕심을 포장하여 신념이라 한들, 결국은 자신의 이기적 욕망이지 않은가. 생각해 보라. ‘희망을 꿈꾸는 것’은 강력한 유물론이며,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말하는 신앙은 관념론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원수를 사랑하지 않는 혹자(或者)와 또 어떤 혹자(或者)도 신앙인은 아니다. 신앙은 겸손과 포기를 통해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돈독한 신앙인이라면, 원수를 저주하는 발언은 그만하라. 신이 경고했지 않은가,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고.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라는 마태복음 5장 38절의 구절과 “악한 자를 대적 하지 말라, 누구든지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의 39절은 역설(力說)이다. ‘원수를 사랑하라’에 대한 전통적 해석은 이렇다. “정의롭고 지혜로운 여호와께서 판단하실 것이다.”라고. 그렇다면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복수심이 아니라 정의심으로 연대하여 물리치자”라고.

 

“오래 끄는 싸움은 좋지 않다.”라는 손자의 주장을 겸손하게 해석하자. 이기는 것만큼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사람을 함부로 대할 것 같은 이미지가 여전한 어떤 후보도 이해할 수 있으려나. 완전한 승리는 상대의 언어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선거의 상징처럼 된 지금, 생각을 표현할 언어능력도 없어 보이는 후보들.

 

그들은 이기는 것이 상대를 무조건 제압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적을 멸하는 것만이 승리가 아니라,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고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 최상이다.” <손자병법>은 싸우는 방법보다, 싸움을 피하는 지혜를 알려주는 책이다.

 

도덕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종교적 측면은 완벽하게 지웠다. 그 자리를 차지한 근대적 국가관이 국가지상주의다. 합리성과 절대적인 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으로 중세적 관념을 지워버렸다. 때문에 마키아벨리주의자를 전횡과 권모술수에 능한 독재자라고 부르기엔 억울하다. 마키아벨리는 청렴과 정직을 바탕으로 유토피아를 꿈꾸던 지식인이었다. 그가 갈망했던 것은 선하고 순수한 인간사회였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사회의 인간화보다는 강한 국가에 관심이 커진다. 수십 년 동안 누려온 민주주의와 공동체, 인권과 복지는 뒷전으로 밀어낸다.

 

역사적 경험이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진실과 정의는 시대를 관통하는 테제인 것은 분명하다. 2022년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택받으려는 후보자들이여! 최소한 어떤 말들은 조심하자.

 

사족 : 실수했다면,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무조건 첨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