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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처음 황주에 이르러ㅣ소동파

처음 황주에 이르러

                                                  소동파

 

홀로 웃네, 평생에 입 때문에 바빴던 것을.

나이 먹어 하는 일이 도리어 황당만 하였으니,

성곽에 굽이치는 양자강 보니 고기맛 좋으리고.

아름다운 대나무밭, 산에 산에 이었으니 죽순 향기 좋으리라.

쫓겨 난 몸, 원외가 되든 어떻든.

시인은 예대로 수조랑*이 되었다네.

오직 부끄러움은, 아무 일에도 쓸모없이 되었어도.

아직 나라에서 술 짜는 자루 지급 중이라.

 

* 소동파가 전에 이 관직에 있었음

 

소동파(1037-1101)는 사천성 출신이다. 22 세 때 과거험에서 진사로 합격하였는데 그때 과거시험 위원장이 구양수였다. 그는 구양수의 제자가 되었으며 구양수의 후원으로 문단에 나갔다. 다시 제과에 응시하여 장원이 되었고 산시성의 참판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관직 생활은 순탄치 않아 두 번의 유배를 겪었다. 그의 문학은 운명에 순종하기 보다는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인간상을 묘사하는데 힘썼다. 따라서 그의 시는 비애나 감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오직 의욕에 찬 생활과 역동적인 사회와 개척적인 인간상이 주류를 이룬다. 그가 친구의 시평에서 ‘그대의 글은 마치 구름이 떠나고 물이 흘러가는 듯 처음부터 정해진 바탕이 없다. 그러나 언제고 가야할 곳으로 가고 멈추지 않아서는 안 될 곳에 가서는 멈춘다.’라고 쓴 일이 있지만 이는 자기 자신의 시풍을 가리킨 것이다.

「처음 황주에 이르러」는 유배에 비견되는 좌천지, 황주에 이르러 쓴 시다. 유배의 길이기도 한 좌천지 황주는 그에게 낯선 길이었을 것이다. 어이없어 웃는다. 나이 먹어 하는 일이 황당하기만 해서 죄천 되지 않았는가?하는 자괴감이 그를 실소케 했을 것이다. 양자강에서 잡아올리는 고기는 맛이 좋겠고 대밭의 죽순은 향기가 좋겠지만 쫓겨난 몸 아니던가. 예대로 낮아진 관직은 수조랑, 나라에서 술 짜는 자루를 지급 받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라고 자탄한다. 민음사 간 소동파의 『적벽부』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