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광고
윤경예
큰물 다녀간 골목
‘급 안마사 구함’
말라간다 아니, 꿈틀거린다
환대는 몸 밖에 두었으므로
세상은 허물 하나 없음이 허물이므로
살과 뼈를 덮을 흙빛 한 줌 얻고자 했을 구인蚯蚓들
떼죽음 당하는 것쯤은 무서울 것 없다고
눈알 부라리고 있다
전단지로 따악, 붙어 있다
윤경예는 2018년 제1회 남구만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는 섬세하고 아름답다. 세련된 은유를 구사하는 것도 그녀의 미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어느 골목에 들어서도 구인 광고를 지천으로 만나게 된다. 구인 광고 위에 구인 광고가 수없이 덧붙여져 있기도 하다. 구인 광고 한 장이 한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지 헤아릴 수 없다. 구인 광고는 도시 빈민의 삶의 모습이다. 이곳저곳에 남루하게 붙어 있는 구인 광고는 고급한 인력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음식점이나 접객업소, 또는 미용실이나 목욕탕 등 자영업을 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별한 기술직이 아니어서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직율이 높은 것은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일 골목마다 구인 광고가 넘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인은 골목길의 이러한 구인 광고가 고달픈 도시 빈민의 생활과 함수 관계에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구인 광고」는 장마 후의 골목 풍경이다. 큰물과 안마사와의 관계를 알 수 없지만 급하게 안마사를 구하는 광고가 붙은 것이다. 첫 연의 마지막 행은 ‘말라간다 아니, 꿈틀거린다’로 끝난다. 장마 후의 골목이 말라가는 것이고 사람들의 삶이 다시 꿈틀거린다는 의미다.
둘째 연은 자못 비감하다. 환대 받아보지 못한 자들이 넘치는 세상은 허물없는 것이 허물이므로 살과 뼈를 덮을 흙빛 한 줌 얻고자 했을 지렁이들이 꿈틀대는 것이다.
셋째 연은 그 지렁이들은 떼죽음을 당하는 것쯤 무서울 것이 없다고 눈을 부라리고 있다. 골목 안은 눈을 부라리는 지렁이들이 전단지로 따악, 붙어 있는 것이다. 지렁이는 도시빈민의 은유다. <천년의 시작> 간 『감출 때 가장 빛나는 흰빛처럼』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