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막
김종삼
비 바람이 휘청거린다
매우 거세이다.
간혹 보이던
논두락 매던 사람이 멀다.
산마루에
우산 받고 지나가는 사람이
느리다.
무엇인지 모르게
평화를 갖다 준다.
머지않아 원두막이
비이게 되었다
김종삼(1921~1984)은 황해도 은율에서 출생했다. 1951년 「돌각담」을 발표하며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전봉건, 김광림 등과 삼인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죄의식을 시속에 드러내며 삶의 참담함을 노래했다.
「원두막」은 전형적인 서정시다. 화자는 원두막에 앉아서 거센 비바람을 본다. 논두락 매던 사람이 멀리 보이고 산마루에 우산 받고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이 느리다. 그 풍경이 평화스럽다. 머지않아 가을이 올 것이고 원두막은 비게 될 것이다.『한국전후문제시집』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