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해방되던 날 늦은 오후! 해가 막 질려는 동경 시내의 어느 언덕길을 어떤 한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혼자 미친 사람처럼 무어라고 중얼거리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뒤 딸아 가던 김소운(金巢雲)선생은 궁금하여 가만히 다가가 엿들었다. 그 할아버지가 눈물 흘리며 중얼거린 소리는 “조선아! 조선아! 너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 조선아! 너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였다. 이 얘기를 전해 준 김소운선생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본에 머물며 집필한 자신의 유명한 <목근통신(木槿通信)>에서 “내 어머니는 레프라(문둥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어머니를 클레오파트라와 바꾸지 않겠습니다.”라고 조국에 대한 애타는 목마름을 절규하였다. 이름 모를 노인은 해방으로 조선을 되찾은 기쁨을 노래 한 것이요, 김소운 선생은 되찾은 조국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 조국이 비록 헐벗고 굶주리고 반 토막이 난 채로의 더러운 문둥이 같은 조국이지만 자신에게는 “어느 극락정토(極樂淨土)보다도 더 그리운 어머니의 품”이라고 외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조국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었을 때에 조국을 되찾는데 앞장섰던 백범(白凡)김구(金九)선생은 조국의 미래를 얘
[용인신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을 500% 올린 50억 달러를 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6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2019년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 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으름장도 서슴지 않는다. 주한미군의 1년간 주둔비용은 약 20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50% 가까이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기지는 물론 무료다. 기지 사용료를 포함하면 절반이상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는 전 세계 미군기지중 최대 규모로 1468만 평방미터(450만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다. 여의도의 5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이다. 평택 미군기지 건설-이주비용은 고스란히 한국이 부담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100% 수용한다고 가정하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2.5배를 우리가 부담하는 셈이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방위비 분담금 대폭인상 압박을 늦추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용인신문] 선거는 항상 나를 흥분 시킨다. 오래전 기억 때문이다. 1992년 대선 당시, 행정병인 필자는 군 부재자 투표를 독려했다. 인사계와 함께 본부중대원들의 정치적 입장을 확인했다. 정작 문제는 필자의 투표였다. 그때까지 부재자 투표용지가 부대에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중대 전원의 투표 참여가 필요했기에 단 한표였지만 상징성이 컸다. 기다리던 투표지는 선거 당일 도착했다. 군인이었지만 울진읍 선거관리위원회 지정장소에 가서 일반인들과 함께 투표를 하고 왔다. 당파성을 보여주지 않고, 소신 있는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여전히, 선거철마다 당파성을 보여야만 한다. ‘무관심이 가장 강력하다’, ‘선호하는 정당이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무관심이 기권을 전제로 한다면 더욱 심각하다. 개인이 가진 기본적인 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든 정치권력의 교활성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언론들도 교묘하게 거드는 형국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를 원하는 자들이 누구인지를 구분하는 것, 그렇게 만든 정치와 정치인을 바꿔야 하는 이유이다. 후보의 이력에 대해 우리의 태도는 불감증에 가깝다. 여러 번의 선거에서 나를 좌절시킨 것은, 당선될 수 없는 이
[용인신문] 오산시는 지난 8월 경기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앙정부로부터 5년간 국비지원을 받게 될 ‘문화도시’에 오산시가 지정되도록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10월엔 부천시와 경기도가 같은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두 도시는 경기도의 행정지원을 받으며 ‘문화도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문화도시 지정은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창조적,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장려하는 사업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문화예술을 더 많이 향유하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목적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경기도의 오산·부천시가 ‘문화도시’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대 100억 원이 지원될 국비가 탐나서일 테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시민·군민·구민들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을 게 많아서일 것이다. 문화도시에 지정되려면 자치단체가 자체적인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계획이 문화체육관광부 심의위원회 승인을 받게 되면 해당 자치단체는 ‘예비도시’가 된다. 예비도시는 1년 간 예비사업을 벌여 중앙정부의 평가를 받는다. 이 관문을 통
[용인신문]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을 강경모드로 전환했다. 북미 대화를 위해 노심초사 했던 문재인 정부의 노력도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 당국은 단거리 미사일 제재를 위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를 소집한 것을 비난하면서 불퇴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한국정부에 미국과 북한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획기적인 모멘텀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북미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대북문제에 있어 미북대화에 의한 평화체제 구축에 집중해왔으나 미국의 강경책 회귀를 보면서 언제까지 북미대화에 의존하는 정책을 고수할 것인가 짙은 회의가 든다. 정부는 북한문제에 있어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분단국가였던 서독은 빌리 브란트 사회민주당 정권이 수립되기 전에는 미국에 점령된 경제대국의 수준의 대접을 받았다. 미국은 서독의 대외정책에 깊숙이 개입했다. 서독은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 없었다. 빌리 브란트 정권이 들어서자 서독정부는 동방정책
[용인신문] 19세기 말, 일본은 탈아 입구(脫亞入歐)를 주장했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내세운 논리는 일본의 청년층을 자극했다. 청년들 중에 이토 히로부미도 있었다. 아시아가 아닌 유럽을 지향한 일본은 결국 제국주의의 길로 나아갔다. 여기에 분연히 맞선 인물이 안중근 의사였다. 안중근은 ‘동양평화론’을 주장한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척살했다. 청년 안중근은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대한제국의 정치인들은 ‘진사 사절단’을 꾸려서 일본에 사죄하러 떠났고, 안중근은 뤼순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의 허구성을 폭로했다. 안중근 의사가 일본 강경파들을 자극했다(?). 즉각적인 한국 병합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주를 받은 일진회 회원들은 ‘합방 청원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80년대 일본의 총리이며, 우익의 대표적인 사람이 나카소네 야스히로이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일진회장 이용구였다. 안중근의 이토 척살이 한국병합을 앞당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한국 강탈 ‘시점’은 로드맵에 의해 진행된 것뿐이다. 굴복(屈伏), ‘엎드리고 무릎을 꿇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굴복 시킨다.”는 것은 최상이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
[용인신문] 21대 총선이 불과 1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무례한 방위비 인상 압박과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등 한미일 공조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중국과의 갈등도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 동맹국이라고 자처했던 미국과 일본의 치졸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의 압박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진퇴양난 국면이다. 그럼에도 머리를 맞대고 국난을 극복해야 할 국회는 여전히 공전 중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국회의원들이 필요한지, 왜 젊고 능력 있는 국회의원들이 쇄신을 요구하며 출마 포기를 선언하는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용인의 정객들도 많지만 국민과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은 별로 없는 듯하다. 20대 국회에서 당선된 4명의 국회의원 중 이미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고, 민주당 표창원 의원마저 불출마를 선언해 21대 총선 출마 현역의원은 2명으로 줄었다. 이 두 사람도 경선에서 이겨 공천이 확정되었을 경우에 출마할 수 있다. 21대 총선에 출마하여 용인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국
[용인신문] 용인은 성장하는 도시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 9월 기준으로 105만 5000 명을 넘어섰다. 서울과 가깝고 주거비용이 분당 등에 비해 덜 들며, 수도권 교통망도 확충됨에 따라 용인에 자리잡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용인 곳곳에 난개발이 진행되고 길이 막히며, 땅값과 집값, 임대료 등이 오르는 건 인구 유입의 어두운 단면이다. 산의 7, 8부 능선까지 잘려 나간 자리에 아파트와 빌라촌이 꽉 들어찼는데도 주요 도로나 주변 환경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채 공기만 나빠진 곳도 많다. 오래 전부터 생활해 온 시민들이 “자연 좋은 용인의 호시절은 지났다”고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인구가 증가하는 여느 도시처럼 ‘삶의 질’이 최대의 문제가 된 곳이 용인이다. ‘삶의 질’ 개선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지방행정이 감당해야 하는 몫과 역할은 매우 크다. 도시는 커지고 사람도, 문제도 많아지는데 행정 서비스가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시민의 삶이 좋아질리 없지 않은가. 용인의 특례시 지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행정 인프라와 행정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말 인구 100만이 넘는 4개 기초자치
[용인신문] 며칠 전 만난 〇〇시 도서관 관계자와의 대화. “선생님은 어디 어디에서 강의하세요?” “용인시 빼고는 근처 도시, 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20년째 살고 있는 용인시에 정기적인 역사 강의가 없는 것 같다. (2010년대 초반, 필자가 3년 동안 진행한 용인여성회관의 강좌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폐지시킨 적이 있긴 하지만.) 용인에서 역사 강의가 사라지고 나서 서울·성남·수원·안산·이천·평택·과천·화성시를 다니며 강의한다. ‘역사를 역사답게’ 강의하여 나름 인기 강사로 불리지만,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는 용인에서의 역사 강의는 아직 ‘전인미답’이다. ‘희망’은 사라지고 ‘원망’(願望)은 남았다. 인간의 모든 인식은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형성되므로 필자의 ‘희망’은 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욕망’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은 관념론이다. 커져만 가는 ‘욕망’은 화석처럼 굳어진 유물론이다. 여전히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공상(空想)이다.” 생각은 몸의 형식을 빌려야만 존재하므로, 용인에서 사는 동안은 계속, ‘희망’하고, ‘원망’하며, ‘욕망’할 것이다. ‘용인시가 지역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정비하겠다. 이로 인해 용인시 문화 이미지
[용인신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촉발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기독교 단체가 주도하는 조국 탄핵 집회가 10월 들어 두 차례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당력을 집중한 거리 시위 중 역대급 동원력을 과시한 광화문 집회는 야권과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일부 기독교 단체를 크게 고무시켰다. 조국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는 최소한 11월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 세를 과시하듯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거리 대결은 여권이 검찰을 타겟으로 삼으면서 촉발되었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에 여권이 격앙되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열고 200만이 모였다고 자평한 사람은 놀랍게도 여당 원내 대표다. 민주당은 관련이 없고 자발적인 집회라고 우기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부터 여야의 장외 대결은 원내 투쟁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을 요구했던 광화문 촛불 집회는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명분이 뚜렷했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 해외 언론도 당시의 집회를 격찬했다. 반면
[용인신문] ‘쓰다’는 타동사이다. 쓰는 누군가의 몸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사를 쓴 동아일보 기자들은 예측했을 것이다. 1945년 12월 27일. 남한은 충격에 빠졌다. ‘외상 회의에서 논의된 조선 독립 문제,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 점령.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이라는 기사 때문이다. 동아일보 1면에 실린 기사는 취재한 내용이 아닌, 명백한 오보였지만 사실처럼 퍼져나갔다. 뒤늦게 오보임을 슬쩍 밝혔지만, 기사는 도그마로 확정된 이후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은 <한성순보>다. 1883년 박문국에서 발행했다. 열흘마다 인쇄된 <한성순보>는 주로 개화의 이유와 개화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한 신문이었다. 대한제국 시기에 발행되는 신문들은 지면을 정리했다. 관보(官報), 외보(外報), 잡보(雜報), 논설, 광고 면으로 세분화 시켰다. 관보는 정부가 발표한 내용들을 발췌하여 새롭게 정리한 것이었고, 외보는 외신 기사였다. 잡보는 기자가 직간접으로 취재한 것으로 오늘날의 보도기사라고 볼 수 있다. 통신 수단도 부족했고 지방 주재 기자도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잡보의 내용은 대개
[용인신문] 한 달 전 이 공간에 이렇게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과 단절하는 조치(장관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게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구호에 어울리는 행동이다. 그걸 못한다면 대통령의 ‘정의’는 가짜일 뿐이다.”(8월26일자 칼럼 ‘문재인의 정의, 조국을 피해 간다면 가짜다’의 한 대목) 조국의 위선과 표리부동에 국민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는지를 전하면서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칼럼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민의를 배반하는 결정을 했다. 조국의 불법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워 지난 9일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이 주장해 온 공정과 정의가 거짓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광고하는 우매한 선택을 한 것이다. 대통령이 민심을 우습게 여긴 데 따른 후과(後果)는 독이 되어 그에게 돌아가고 있다. ‘문빠’로 불리는 맹목적 지지층을 뺀 다수의 국민 사이에선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거냐. 이번엔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등 분기탱천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 분노의 온도계가 올라가는 것은 여러 여론조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그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