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2010년대부터 대한민국 선거판에서는 김종인옹이 영입 1순위다. 한 줌의 인기만 얻었다 싶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이 노정객을 모셔오기 위해 안달이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로 이어지는 대통령 계보에는 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요즘도 물밑에서는 그를 정치 스승으로 원하는 유력정치인의 움직임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장외에서는 그의 능력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던 이들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뒤 생각을 고쳐먹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에게 특별한 재주가 있을까. 우선 ‘경제민주화’라는 상징적 주특기를 제외하더라도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감이 탁월하다. 여기에 목표가 정해졌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파하는 일관성이 더해지면서 여타 정치인들이 갖지 못한 개성을 구축했다. 그래서 대한민국 선거판에서만큼은 최고의 용병으로 대접받는다. 인기와는 별개로 토사구팽의 수난사가 겹친다. 선거 승리 뒤 권력자로부터 ‘손절’ 당하는 일이 잦다 보니 이 같은 이미지가 굳어졌다. 김옹의 토사구팽은 용병의 한계를 보여준다. 출중한 능력으로 선거판에서 위력을 발휘하지만 결국 고용된 이는 고용한 이 의지에 따라 무대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준석 전 국민의
[용인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발 욕설과 비속어 파문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조문과 장례식 참석, 유엔총회 연설, 캐나다 방문 목적으로 7박 7일간의 외교활동을 마치고 귀국했다. 물론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성과는 초라했다. 여왕의 빈소는 조문하지 못했고 장례식만 참석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와 회담은 윤 대통령이 찾아가 30분간 약식으로 진행하였고 사진만 한 장 찍었다. 일본은 회담 자체를 부인했다. 약식 회담이 아니라 ‘간담’이었다는 것이다. 간담은 차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한국 대통령이 찾아와서 마지못해 차 한잔 마셨다”는 말과도 같다. 일본에 이런 대접을 받은 대통령은 한일수교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부터 8·15해방까지 40년간 우리 민족과 강토를 강점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협정의 대가로 달랑 3억 달러(4200억 원)를 배상하고 40년 식민 지배를 청산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트집 잡아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목을 매고 있다. 폴란드는 9월 1일, 독
[용인신문] 소설을 통해 위인을 공부한 책이 <운현궁의 봄>이다. 흥선대원군을 ‘상갓집의 개’ 로 만들어 버린 책이다, 소설을 역사라고 착각했던 중학생 시절의 필자가 받은 충격은 오래갔다. 소설 <운현궁의 봄>은 김동인이 썼다. 그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중에서도 으뜸이다. 안동김씨 세도 권력의 절정은 김좌근이 아니라 첩이었던 양 씨였다. 기생 출신이었던 양 씨는 김좌근의 총애를 바탕으로 국정에 개입한다. 조선의 방백 수령들이 그녀의 손에서 많이 나왔다. 양 씨는 김좌근 몰래 빈객들을 만나면서 부적절한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 양 씨는 한강에서 밥을 쏟아 물고기에게 자선을 베푸는 행사를 주최했다. 명종 때 척신 윤원형의 첩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정난정이 한 시반선(施飯船) 행사를 재현한 것이다. 양 씨는 구경 나온 배고픈 백성들에게 “물고기가 밥을 잘 먹는지 강물 속을 살펴보라.”고 명령한다. 이때 배고픈 백성들 몇몇이 강으로 뛰어든다. 물고기 밥을 훔쳤다는 이유로 누구는 죽고, 누구는 뼈가 으스러지도록 맞았다. 가족들조차 연좌제로 태형에 처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합부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정1품의 고관들을 칭하는 합하(閤下)의
[용인신문] 지금 한국 정치는 대선 연장전을 치르고 있다. 8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77.77%의 압도적인 몰표로 민주당 대표에 선출되어 정치의 중심에 섰다. 지난 대선에서 0.73%, 24만 7077표를 더 얻어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정권의 입장에서는 무척 신경 쓰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김대중 총재 이후 그 어떤 대표도 갖지 못했던 당 장악력을 갖게 되었다. 여권의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22대 총선공천권을 행사하고 선거에서 승리한 후 다음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일 것이다. 이 대표를 향한 사정의 칼날은 그래서다. 민주당은 사정의 칼날을 각오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으로 이재명을 선택했다. 현실적으로 윤석열 정권은 민주당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정확히 이재명이 동의하지 않으면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축출하면서 당을 윤석열 체제로 재편하여 22대 총선에 임하기로 방침을 굳힌 듯하다. 이준석 대표는 정진석 비대위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여론전으로 결사 항전의 의지를 행동에 옮기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리위를 통해 이준석을 제명하는 것도 검토하고
[용인신문] 화석 연료의 소비 증가에 따른 이산화탄소·메탄가스·프레온 가스 등의 증가와 삼림 파괴, 도시의 열섬 현상 등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사이클론이 발생하여 3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에서 40년 동안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를 발생되게 한 기후변화는 다른 나라에서만 생기는 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올해 8월 초 서울시 강남구 아파트 단지 밀집 지역에서 일어난 물 폭탄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기후변화가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주었고, 도시숲의 조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기흥구 동백동·처인구 역북동 일원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 사건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사태와 물 폭탄 사건이 다른 나라와 다른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용인시는 곳곳의 아파트 단지가 관목(灌木)과 교목(喬木)으로 이루어진 숲으로 둘러싸여 수도권의 다른 도시에 비해 도시숲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수지구 수지택지개발지구와 기흥구 동백택
[용인신문] 8월 24일로 한국과 중국은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교적 치적으로 평가되는 북방정책은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정점을 찍었다. 이후 양국은 경제협력을 다지면서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발전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역국이 되었다. 한국경제가 오늘날 세계 10위권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덕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고했던 한중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미군이 운용하는 사드(THAAD) 1개 포대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초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왔고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것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 후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밝힌 터여서 국내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사드가 배치되자 중국은 즉각 경제보복에 나섰다. 그 결과 중국에서 잘 나가던 이마트를 비롯한 한국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 관광객도 발길을 뚝 끊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어도 중국의 분노를 누그러트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덕분에 중국은 경
[용인신문] 용인특례시가 2022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어워드(Award)에서 기초 자치단체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민속촌과 에버랜드 등이 있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보여준 일이었다. 전국 28개 지방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는 올해 7회째로 지난 8월 11일부터 나흘간 일산 KINTEX에서 열렸다. 경기도와 용인시 등 전국 105개 시군은 물론 경기관광공사 및 시도관광공사와 해외관광청이 참여했다. 나는 이번 박람회의 조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미래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새롭게 해보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괴멸(壞滅)되다시피 했던 관광업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가 완전히 면제되었기 때문이다. 인적이 끊겼던 면세점에도 해외 단체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300명이 넘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단체 관광객이 한 유명 면세점을 방문해 쇼핑했다. 이렇게 많은 해외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린 건,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해외 단체관광객을 시작으로 개별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면세업계나 쇼핑센터 등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용인신문] 고려 의종 때의 무신 이의민은 키가 8척이나 되는 거구였다. 고려사에 기록된 이의민은 “젊은 시절 고향 경주에서 형들과 함께 나쁜 짓만 일삼던 건달이었다.”라고 한다. 이의민은 안찰사 김자양의 추천으로 경군(京軍)에 발탁되었다. 경군에 들어간 이의민은 수박희(手搏戱)를 잘해 의종의 총애를 받았다. 이후 무신정변에 가담한 공으로 중랑장에 오르더니 조위총의 난을 진압하고 상장군에 올랐다. 권력을 잡은 이의민은 본성을 드러냈다. 뇌물을 받고, 여러 민가를 빼앗아 자기 소유로 만들었다. 백성의 논밭도 수시로 빼앗곤 했다. 그의 아내 최 씨의 성격도 모질고 포악했으며 음란했다. 세 아들 지순, 지영, 지광도 제멋대로였다. 이지영과 이지광 형제는 ‘쌍도자(雙刀子)’라고 불렸다. 권력에 취한 이의민은 급기야 자신이 왕이 되려고 한 듯하다. 이의민은 ‘십팔자(十八子)가 일어난다’라는 도참설과 풍수지리를 자신과 결부시켰다. 경주를 중심으로 신라를 부흥시킬 마음을 품은 것이다. 고려사에는 “이의민은 까막눈에다 무당을 몹시 신봉하였다. 그의 고향 경주에 나무로 만든 귀신 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두두을(豆豆乙)’이라고 불렀다. 이의민은 자기 집에다 사당을 짓
[용인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국민의힘을 격랑 속에 몰아넣었다. 윤 대통령은 “내부에서 총질하던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취지의 격려 문자를 권성동 대행에게 보냈고, 그 내용이 언론에 포착되어 그대로 보도되었다. 문자의 내용은 윤 대통령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준석 대표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되받았다.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은 “내부 총질 문자는 사적 대화였는데 언론이 이것을 그대로 보도했다”유감을 표하고, 더 이상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준석 대표는 “오해없이 잘 이해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표출했다. 대통령의 문자 파동을 보면서 이 나라 지도적 위치에 있는 대다수 정치인의 그릇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대행이 윤리위에서 6개월 당원권이 정지된 대표를 ‘내부 총질하는 자’에 비유한 것을 보면서 이것이 대통령의 언어습관인지 본 모습이 그러한지 헷갈리고 당혹스럽다. 코로나 변이종인 켄타로우스가 다시 기승을 벌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주택담보 대출 인상에 죽어나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대화를 논의
[용인신문] 7월 13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 포인트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25%가 되었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금융당국이 2021년 8월 26일, 0.25% 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서만 1.25% 포인트를 더 올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고금리 시대가 되었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각 파도가 몰아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서민 가계를 부도 직전까지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팽창예산을 편성해야 했고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는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러 서민경제가 파탄지경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 30%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검찰편중 인사에 관련된 국민 불신과
[용인신문]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용인특례시는 면적이 591.33㎢로 백운산(567m)·광교산(582m)·석성산(472m)·향수산(457m)·부아산(404m)·법화산(385m)·함봉산(306m) 등 산들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수목의 수령이 41년 이상 된 수목들이 존재하는 임상도 5영급 이상의 산림들이 많아 환경 생태학적으로도 주목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마을 입구에 마을숲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사례가 많아 역사지리학과 환경사회학 관점으로도 살펴볼 가치를 넉넉히 지니고 있다. 양지면 주북리 주북천, 모현읍 일산리 내개일, 남사읍 진목리 순지, 모현읍 추부리 상부곡, 이동읍 서리 상반곡 등에 마을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마을숲들이 용인특례시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파괴되어 사라져 가고 있다. 마을숲의 보존 및 복원과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어린이 숲이다. 도이칠란트의 교육학자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아우구스트 프뢰벨(Friedrich Wilhelm August Fröbel, 1782년~1852년)은 “어린이들이 숫자나 글자가 아닌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라”로 요약되는 교육사상의 주창자이다. 1993년 도이칠란트에서 프뢰벨의 교육사상에 따라
[용인신문] 제자들에게 늘 존경받던 교수님이셨다. 나 역시도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교수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럴 때마다 열린 해답으로 스스로 깨닫게 하시고. 제자의 우문(愚問)에 늘 현답(賢答)을 주셨다. 교수님의 바쁜 일정을 조율하며 어렵게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연구실 조교의 코로나 확진으로 교수님은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왔지만 조심스럽다고 하셨다. 이후에 교수님의 건강을 확인하며 두 번째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게 급한 업무가 생겨서 다음 날 만나기로 한 약속을 또 미룰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은 서로 한 번씩 약속을 어긴 셈이라며 온화한 목소리로 이해해 주셨지만, 마음 한구석 빚진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한 달 후 만나기로 한 약속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최고의 별미를 대접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좋은 장소를 한 달 전부터 예약까지 해두었다. 무소식이 절대 희소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식은 교수님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연락을 받고 3일 만에 교수님의 부고 소식을 들어야 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허망했다. 엄청난 슬픔과 함께 내 사정으로 미뤄진 두 번째 약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