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국민의힘을 격랑 속에 몰아넣었다. 윤 대통령은 “내부에서 총질하던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취지의 격려 문자를 권성동 대행에게 보냈고, 그 내용이 언론에 포착되어 그대로 보도되었다.
문자의 내용은 윤 대통령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준석 대표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되받았다.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은 “내부 총질 문자는 사적 대화였는데 언론이 이것을 그대로 보도했다”유감을 표하고, 더 이상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준석 대표는 “오해없이 잘 이해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표출했다.
대통령의 문자 파동을 보면서 이 나라 지도적 위치에 있는 대다수 정치인의 그릇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대행이 윤리위에서 6개월 당원권이 정지된 대표를 ‘내부 총질하는 자’에 비유한 것을 보면서 이것이 대통령의 언어습관인지 본 모습이 그러한지 헷갈리고 당혹스럽다. 코로나 변이종인 켄타로우스가 다시 기승을 벌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주택담보 대출 인상에 죽어나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대화를 논의 해야 할 시국에 대표를 뒷담화하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 대행의 모습이 절망스럽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자체 판단으로 이준석 대표를 징계했는지 의심스럽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19~21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신뢰수준 95%, 표본오차±3.1 포인트)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7%가 오른 60%, 긍정 평가는 32%였다.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인사(24%)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경험과 자질이 부족하고 무능하다(8%), 소통이 미흡하고 독단적-일방적인 직무 태도(5%), 정책 비전 부족(4%), 전 정부와 마찰을 빚고 전 정부 탓을 함, 공약 실천 미흡(3%) 순이었다.
국민이 윤 대통령의 인사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으며 자질을 의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경험과 자질을 의심하는 응답자가 무려 8%나 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운이 좋아 대통령이 되었다. 이준석과 같이 패기 있고 명석하며 투지 넘치는 젊은 대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윤 대통령에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배우자와 핵심 측근들이 득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표만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때도 이준석은 악착같이 표를 모았다. 하지만 대선 이후 당선인 시절과 취임 이후 보여준 윤 대통령의 모습은 대선에서 초박빙, 불과 0.73%(24만 7077표) 차이로 어렵게 이긴 사람 같지 않았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태도는 일반적인 사람들로부터 고마운 것도 모르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이 집요하게 퇴진을 요구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을 해임하지 않았다. 조국 사태가 불거졌을 때 윤 총장을 해임하는 결단을 문 대통령이 내렸다면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다.
<뉴스 토마토> 의뢰로 <미디어 토마토>가 지난달 19~20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22일 발표한 결과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 30.4%, 부정 평가는 67.2%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4%였다.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비교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낫다는 응답이 57.8%, 윤석열 정부가 낫다는 여론은 32.8%를 기록했다. 인사를 잘못하고도 전임 정부보다 잘했다고 주장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치인으로서 그릇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도움을 받았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그것이 사람의 도리다. 국민은 도량이 넓은 리더를 따르고 옹졸한 리더는 경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