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8월 24일로 한국과 중국은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교적 치적으로 평가되는 북방정책은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정점을 찍었다. 이후 양국은 경제협력을 다지면서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발전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역국이 되었다. 한국경제가 오늘날 세계 10위권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덕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고했던 한중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미군이 운용하는 사드(THAAD) 1개 포대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초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왔고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것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 후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밝힌 터여서 국내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사드가 배치되자 중국은 즉각 경제보복에 나섰다. 그 결과 중국에서 잘 나가던 이마트를 비롯한 한국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 관광객도 발길을 뚝 끊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어도 중국의 분노를 누그러트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덕분에 중국은 경제보복을 거두어들였다. 자유한국당은 굴욕외교라고 맹비난했고 국민의 힘으로 당명을 바꾸고 나서도 그 기조를 이어갔다. 이러한 기조에 정점을 찍은 사람은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한국 청년은 중국을 싫어한다고 말해 상식적인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선거전략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식적인 대선후보라면 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막말이라고 착각할 발언을 당시 윤석열 후보는 거리낌 없이 했다.
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는 한술 더 떠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일본-중국-북한 순으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혀 국제정세와 외교에 무지한 단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러고도 윤석열 후보는 0.73%의 초박빙의 표 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국제정세에 밝은 사람들은 외교적 미숙함을 가장 많이 걱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되자 주저 없이 참석했다. 미국이 유럽을 앞세워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나아가 아시아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것을 제1의 전략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은 외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국제정세에 약간의 상식만 갖고 있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공인된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정중하게 거절했어야 옳았다. 오죽하면 많은 국민은 대통령 내외의 첫 해외 방문보다 김건희 여사의 2천만 원이 넘는다는 브로치와 모 비서관 부인이 전용기에 동승, 마드리드에 갔다는 뉴스에 더 주목했다. 첫 해외 방문으로는 정말 남는 게 없이 구설수만 무성한 결과였다.
양식 있는 국민은 대통령이 지나치게 친미 친일 노선에 편중되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의 지나친 자유 발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35번, 광복절 기념식에서 33번 자유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따져도 윤 대통령이 평등을 말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
평등이 바탕에 깔리지 않은 자유는 강자의 폭력이 되기 쉽다. 현대 민주주의의 3대 이념으로 자유(Liberty), 평등(Equality), 공동체(Community)를 꼽는다. 김종인 전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말했듯이 빵을 살 수 없다면 그것은 자유를 빙자한 착취일 뿐이다.
윤 대통령 주변의 외교 참모들이 친미적 사고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앞다퉈 교역에 있어 중국의 비중은 줄고 있어 무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이야 쉽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의 최대교역국이고 무역흑자의 절반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발생하는 적자는 늘고 있다. 특히 달러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 중심의 금융독점자본과 석유, 군수산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