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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군주에게는 군주만의 존엄을 위한 ‘도덕률’이 있다

 

[용인신문] 백성들의 안녕과 백성들의 넉넉한 삶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이를 실천하면서 무력이나 법의 논리가 아닌 예와 덕을 통해 백성들을 돌아보는 정치, 이른바 맹자가 말한 ‘왕도정치’다. 그래서 내가 저지른 행동이 내 마음에 비추고 너의 마음에 비추어 봐도 결코 부끄러움이 없을 때 비로소 남을 다스릴 수 있다는 데서 맹자가 말하는 민본주의 기본은 시작된다. 나도 부끄럽고, 너도 부끄럽다면 그런 사람은 누군가를 다스리는 위치에서는 곤란하다. 맹자가 말하는 민본이라는 것은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가볍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백성들보다 못한 도덕률과 청렴성에 한참도 못 미치는 오염(?)의 의혹이나 받는다면 백성들은 그가 갖는 권력에 두려운 나머지 입 다물고 고개 숙일 뿐이지 마음으로는 아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첫 번째 덕목으로 수신을 말한다. 요즘이 어느 땐데 아직도 수신제가 운운하느냐 하겠지만 인류가 공자를 말하고 맹자를 말하는 데는 단 하나의 이유만 존재한다. 인류는 아직도 공자나 맹자를 대체할 인물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그 옛날 케케 묵었을 것 같은 치자의 덕목이라는 왕법이 갖는 도덕률이라는 게 있다. 군주에게는 군주만의 존엄을 유지케 하는 도덕률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군 주시대는 분명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케케묵었다고 비아냥댈 만한 그때만큼의 도덕률이 지금의 권력자들에게 있느냐고 반문 정도는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맹자 공손추장구상편에 독특한 문장 한 토막이 기록되어있다. 공자의 수제자 자로의 이야기인데 자로는 공자보다 1년 전 목이 잘려 죽여 진 그 충격으로 스승 공자는 다음 해에 유명을 달리할 정도로 공자의 도반이던 제자였다. 맹자의 기록에 따르면 자로는 남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기뻐했다고 한다. 자로는 천하가 다 알다시피 누구 말을 듣고 자시고가 없는 강호 제일의 왈패 출신으로 나만 옳다가 그의 삶의 처음과 끝이었던 자다. 그런 그가 공자를 만나 나도 옳지 않을 수가 있음을 아는 인물로 변하게 된다. 가끔은 자로 같은 인물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