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 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졸업
연세대 공과대학원 건축공학과 석사
한국국제대학교 명예공학박사
(현) (주)금당테크놀로지 회장
(현) 준건축사사무소(주) 대표이사
기흥힉스 도시첨단산업단지 전체조감도
[용인신문] 90년대 초부터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구 110만 시대를 맞이한 ‘용인특례시’. 그 사이 용인지역 도심엔 아파트 숲이 우거졌고, 향토기업들은 개발붐에 밀려 용인시를 떠나갔다. 용인시에는 제대로 된 산업단지 하나 없던 시절, 다행히 국내 최초로 민간 도시첨단산업단지를 만들어 낸 건축가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주)금당테크놀러지 황영란 회장으로 여성건축가다. 건축사인 황 회장이 설계한 건축물 용도의 대부분은 대형 지식산업센터다. 부산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딘 후 건축사무소 CEO로 독립, 용인지역에서만 26년째 살고 있는 향토기업인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건축가로 자리매김한 황영란 회장을 만났다.<편집자 주>
# 코엑스몰 면적의 2배 규모 '기흥 힉스 도시첨단산업단지'
코엑스몰 면적의 2배 규모로 ‘힉스U타워’로 불리는 ‘기흥 힉스 도시첨단산업단지’. 수원·신갈IC에서 약 1km 떨어진 힉스U타워는 전체 부지 약 8만㎡(2만 3000평)중 2, 3차 공사까지 완료되면 연면적이 약 43만㎡(13만 평)으로 명실상부한 용인의 랜드마크(Landmark)가 될 것이라는 게 ㈜금당테크놀러지 황영란 회장의 일성이다.
힉스U타워는 청명산, 신갈호수, 태광CC 등 영덕동 주변의 높은 조망권과 경부·용서고속도로 및 기흥역과 청명역 등 우수한 교통망을 갖춘 교통요충지다. 용인 흥덕지구와 수원 영통과도 인접해 있어 생활·교육 인프라도 잘 조성되어 있다.
기흥힉스유타워(1차준공)
황 회장이 기흥 힉스 부지를 매입했던 2015년도엔 물류센터를 개발해 유통업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행정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일반 개발 사업자에게는 생소했던 ‘도시 첨단산업단지’로 변경하게 된다. 황 회장이 땅을 사서 설계와 시행까지 겸한, 그야말로 건축가로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야심작이다.
2016년 국토부 물량 배정, 경기도 통합심의, 용인시 승인·고시를 받으며 토지이용계획을 확정 후 시행착오 끝에 2017년 1차로 1공구 복합용지에 대규모 복합건물을 착공했고, 2019년 11월 1일 준공했다.
야산에 불과했던 힉스 부지가 4차산업 발전의 중심지로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황 회장은 이곳에 도시 첨단산업단지로서의 특성과 입지를 살려 1300개의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용인시 입장에서도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 민간사업자 '도시첨단산지' 시행 한계 극복
2004년부터 (주)준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한 황 회장은 주로 대형 지식산업센터와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설계했다. 현재까지 기준공한 건축물의 연 면적만 약 70만㎡(21만 평)로, 이미 1300여 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을 유치했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 건립 과정은 행정의 난제들과 자금난 등 어려움이 많았다.
황 회장은 이때마다 두려움도 컸지만 무조건 돌격하는 마음으로 문제들을 풀어냈다.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 세운 경영 원칙이 있다. 첫째는 동업을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은행 외엔 남의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사적 만남은 가급적 피했다. 어찌보면 공학도답게 고지식할 정도로 원칙주의자의 길을 걸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자가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시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어요. 앞으로 더 많은 개발자들을 위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움이 될 생각입니다.”
이 분야의 노하우를 기꺼이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건축가 황영란. CEO인 그녀의 경영활동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남자들 못지 않은 통근 성격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 또한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봉사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다.
“신의 입자(God Particle)라고 불리는 ‘힉스 보손(Higgs boson)’에서 유래한 ‘힉스’라는 명칭이 상징하듯 기흥 힉스 마스터플랜이 완성되면 대한민국 최대·최고의 산업단지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우뚝 서게 될 거예요. ‘힉스’는 이곳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집합체를 이뤄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길 원하는 저의 마음을 담아 탄생했지요.”
황 회장은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힉스’의 담긴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사실 ‘힉스’라는 명칭은 용인시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 1998년 수지구로 이사… 용인과 인연
건축사로서 용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수지구로 이사와 친구 대신 처인구에 있는 작은 건축사사무소에 출근하면서였다. 2004년 직원 3명과 함께 45㎡(15평)의 작은 사무실을 얻어 준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한 후 오늘에 이르렀다. 20여 년 전 업계에서는 준건축사사무소를 ‘꺼지지 않는 불’ 즉, ‘등대’라고 불렀을 정도다. 아침엔 현장으로 영업하러 나가고, 오후 5시쯤 사무실로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했으니, 불이 꺼질 틈이 없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공부도 끊임없이 했어요. 그 결과 2년 만에 건물 한층을 통째로 얻어 사무실을 옮겼어요.”
당시 황 회장은 판교테크노벨리 한 블럭의 설계를 의뢰받아 최종 브리핑까지 해서 선정됐지만, 막판에 틀어져서 수주를 못했다. 하지만 그때 밤낮으로 지식산업센터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다양하게 공부했던 것이 대형 지식산업센터 설계를 성공적으로 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그녀는 30대의 젊은 건축가로서 정부조차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법령은커녕 기본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에 자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했고, 마침내 신개념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수원·신갈IC서 약 1km 인근에 들어선 '힉스U타워'
1, 2, 3차 공사 모두 완료되면 연면적 43만㎡ 대단지
사통팔달 교통요충지에 들어서는 용인의 랜드마크
그동안 지식산업센터·도시첨던산업단지 설계 준공
건축물 연면적 70만㎡ 달해… 1300여 개 기업 유치
용인을 넘어 대한민국 건축문화 이끄는 '우먼파워'
기존에 낙후된 이미지의 아파트형 공장이 아닌, 도심 속에 고층이면서 대형 산업단지를 만들어 입주사에게 제공했으니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주거와 교통, 교육환경까지 뛰어나 입주사 직원들의 삶의 질까지 보장하니 기업환경 역시 최고였다.
흥덕유타워(준공)
황 회장이 용인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대형 지식산업센터의 표본을 제시한 곳이 바로 ‘흥덕U타워’다. 이후 흥덕IT밸리, 분당수지U타워 등 용인 일대 대형 지식산업센터 설계를 잇따라 도맡아 건축업계에서도 이름이 알려졌다.
# 서울행 대신 부산대 선택… 건축공학과에 4년 장학생 입학
고교 시절 황 회장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대학에서는 법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당시 서울엔 대학생 시위가 많았던 때라 부모님의 만류로 집 앞인 부산대 건축공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해 다녔다.
졸업 후 교수님들이 메이저 건설회사를 추천했지만, 혼자 서울로 올라와 건축사사무소 면접을 본 후 합격해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5세에 결혼했고, 첫째 아이 임신 중에 건축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 전국 최연소 합격의 영예를 얻었다.
이젠 건축사보다 건축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 황영란 회장. 그녀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의 작품을 좋아한다. 현대적인 건축재료를 이용해 빛을 다루고 독특한 디자인과 창의적 예술적 감각이 잘 표출되는 ‘파리 아랍문화원’, ‘아그바르 타워’, 특히 2015년 완공된 ‘루브르 박물관 아부다비’는 직접 견학해 보기도 했다. 돔 내부 빛의 아름다움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그녀의 꿈은 프리츠커 상에 도전하는 것이다. 건축가로서 현존하는 건축 분야 상 중 최고의 상인 프리츠커 상에 도전하는 꿈만으로도 가슴설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한국 건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파트라는 획일적 주거 공간
“미래의 건축은 산업의 변화 속도에 맞춰 당연히 발전하고, 새로운 공간개념이 형성될 거예요. 건축재료는 친환경적으로, 건축공간은 주거 업무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적 기능으로, 상상의 공간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겁니다. 무엇보다 가상의 공간 속 건축물도 변화될 거구요.”
미래의 건축과 한국건축의 비전에 대한 황 회장의 생각이다. 한국의 건축은 아파트 공화국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환경적 공간과 건축물 간의 조화를 이뤄 아름답고 멋진 다양한 건축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한 한국건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파트라는 획일적 주거 공간이 대한민국 건축물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가치 기준인 아파트보다 다양한 주거 형태와 업무공간, 예술적 활동을 지원하고, 가치평가의 기준이 변화될 때 대한민국 건축물의 독창성이 발휘되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건축물이 탄생 될 것이라고….
IT밸리(준공)
뷴당수지유타워(준공)
# 건축물은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사상이 담긴 결과물
“건축에는 ‘구조, 기능, 미’라는 건축 요소가 있어요. 건축이란 결국 인간 생활, 활동, 직업, 취미, 휴식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각 용도에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은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황 회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사상 등이 모두 담긴 결과물이 건축물로 탄생한다고 했다. 건축가로서 설계와 시공의 차이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수한 시공 기술의 발달 및 자재의 고급화로 대부분 건축설계는 상상의 공간개념일지라도 대부분 해결된다고 했다.
다만, 시공상 투자 대비 공간 설계의 효율성이 반드시 높다고 볼 수 없을 때는 현실적으로 경제성을 우선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한다. 특히 요즘은 BIM설계 등으로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거의 대부분 설계에서 제시되는 계획은 시공상 문제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반드시 도시에 어울리는 현대 미술관 건축하고 싶어
현재 용인시에 진행 중인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반도체클러스터, 플랫폼시티 등에 대해 황 회장은 국가산단만큼 중요한 용인 지식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행정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산단 등의 시너지로 지역 내 중소기업들이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이상일 시장이 국가산단을 유치하고 빠른 속도로 주변 교통망과 기반 인프라를 추진함으로써 용인시를 세계 최고의 첨단도시로 발전시키는데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용인 도시첨단산업단지에 기업을 유치하는데 기대와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용인시를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도시개발 전문 인력들이 있어야 한다는 게 황 회장 생각이다. 행정력만으로는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분야별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도시개발 행정에 상상력이 풍부한 전문인력들의 제안이 있으면 자치단체에서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능동적인 자세와 도시개발에 꼭 필요할 경우 규제 사항도 풀어내는 유연성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건축가로서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도시에 현대 미술관을 건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순간, 기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가 건축가 황영란이 대한민국의 문화지도를 바꾸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김종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