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해변은 거닐고 싶어 한다
정인선
가랑비도
커피 향을 맡아가며 젖어들고 있나봐
멧새가 흘리고 간 깃털에 남은
초침의 울림이 뭉그러질 때까지
비는 내리겠지
청춘열차의 기적쯤은 남겨둬야 할 텐데
과거라는 이력서에 파도가 있어
물보라까지 지우고 다닌 해안선을 따라
갈매기의 발자국이 낙관처럼 찍혀있는
그곳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들어 있는 거야
연서도 있을게고 떠들썩한 소음도 있겠지
해변은
바다가 삭제 할 수 없는 언어들을 알고 있는 거야
밟을 때마다 각도를 따라
들리는 소리가 다르거든
모두가 다른 이야기들이니까
거기에 가면
지나온 우리가 있는 거지
만나게 되는 거야
강원도 삼척 출생.
2008년 「문파문학」 등단.
시집 『잠깐 다녀올게』, 『거기』 『오른쪽이 무너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