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의료기술 발달 덕에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병이 있다. 질병의 증상들이 보여주는 극한의 상태는 인간이 삶의 존엄을 지키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남유하 작가의 어머니 故조순복 여사의 여정을 그린 에세이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가 출간되었다.
故조순복 여사는 온몸에 암이 전이되어 통증을 호소하며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스위스행을 결정한다. 곁에서 간병하던 남편도, 이를 지켜보는 딸도 주변의 비난이나 법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마지막 선택에 의견을 보탤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조순복 여사는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루라도 더 빨리 지옥보다 고단한 통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故조순복 여사가 '스위스 조력사망기관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감한 여덟 번째 한국인' 이라고 소개한다. 책 속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조력 사망에 관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말기암처럼 여행에 힘든 컨디션임에도 불구하고 열 시간 이상의 비행을 감내하고 스위스까지 가려고 하는 이들이 백명이 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찾아오는 극한의 상황을 감내하는 것과 거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 것일까? 조력사망에 관한 법안은 아직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진즉부터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었다. 예로부터 고려장이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으나 실재하지 않았다는 설이 우세하다. 책은 진정한 인간애가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들고 어떤 고민을 하게 만드는지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