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하루는 자장이 물었다. 인한 사람이 산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러자 스승 공자님께서 말한다. 무릇 산이란 것은 높이 솟아 있어서니라.
스승님의 선문답 같은 답변을 제자 자장은 이해가 안 되어 다시 물었다. 산이 높이 솟아 있는 거와 인한 사람이 그 높이 솟은 산을 좋아하는 것과는 저는 전혀 이해가 안 됩니다. 스승 공자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쉽게 풀어 말한다. 대체로 산이라 하면 풀과 나무가 자라며 새와 짐승들도 생육하고 번성하니라. 또 여러 나무도 산에서 나오는데 이 모두는 서로가 다툼이 없이 산이라는 한정된 곳에서 누구는 위에서 누구는 아래에 각자의 몫을 다하는 것이니라. 그렇기 때문에 인한 사람이 산을 좋아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느니라.
이에 자장은 또 물었다. 그러시다면 인한 사람은 누굴 말입니까. 스승 공자님은 말한다. 인한 사람은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니라.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은 백성 각자가 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받은 품수를 다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다스림이니라. 그러면 그렇게 백성을 다스린 임금이 있습니까. 공자님 말씀에 옛날에 요임금과 순임금이 나라를 그렇게 다스려서 나라 안 백성 중에 단 한 명도 형과 벌로 인해 붙잡혀 가는 일이 없었느니라.
훗날 묵자는 묵자 공맹편에서 정치를 일러 입으로 말한 것을 반드시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라했다. 이 실천 속에는 폭력이나 거침을 통한 물리적 행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고래로 권력 중에 가장 쎈 권력은 폭력이라 했다지만 백성한테 폭력을 행사해서 제대로 살아남은 권력은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없다. 권력은 백성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권력이라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하여 그에 준하는 책임을 지는 일이다.
섭땅의 군주 섭공이 있었다. 나라는 작았으나 야망은 컸던 군주이다. 하루는 공자님께서 나라 국경 근처를 지난다는 소식을 듣고는 달려가 초빙하여 물었다. 백성들이 밤만 되면 다른 나라도 야반도주를 해서 이대로 가다간 나라 자체가 소멸될 위기입니다.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공자님께서 말한다. 그대가 정치를 잘하여 가까이에 있는 백성들을 기쁘게 해준다면 멀리 달아난 백성들도 소문 듣고 돌아올 것이다. 여기서 기쁘게 해준다는 말의 논어 자로편13-16문장의 원문은 기쁠열 자를 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 기쁠열 자가 이름자에 들어간 이는 윤석열 대통령님의 열자가 유일이다. 어쩌면 그의 가친께서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기쁠열자를 넣은 것은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작금의 윤석열 대통령님은 국민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측근들만 기쁘게 했던 탓일까. 암튼 국회에서 탄핵이 통과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이 이루어졌고 며칠 전에는 그의 최후 변론마저도 끝난 상태다.
만인지상의 대통령의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꼬꾸라져서 재판소로 끌려다니는 지경이 된데는 본인에게 주어진 권력을 잘못 행사한 탓도 있으리라. 역사에 나라를 망치고 자신의 몸마저 망친 임금이 어찌 한 둘이랴마는 그중에 크게 셋을 들라면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과 주나라 유왕이 그들이다.
이들에게는 이들만이 갖는 공통점이 하나씩 있는바, 술을 퍼마시기를 좋아하고, 툭하면 격노하기를 물 마시듯 하며,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는데 있다.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강자의 거짓말이라는 것은 약자의 진실보다 강한 법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일정량의 그에 준동하는 세력이 생기기도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큰 사람들의 일이다. 내 말을 안 들으면 더 법과 원칙으로 눌러대는 자기 세계관에 함몰된 협애 한 자들이 하는 일과는 그 근본부터가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쩌다가 이런 볼성사나운 처지가 것일까. 어쩌면 그가 대통령 되기 전에 했다는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여기는 겁이 없어요. 보통은 겁나서 못합니다. 안그렇습니까.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하는 거 보면은...” 이제 대통령이 됐고, 또 탄핵되어 최후변론까지 마친 그는 이 말에 대해 어떤 주석을 내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