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성 다보스병원 신경과장
용인신문 | 최근 고령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파킨슨병, 치매, 관절질환, 척추질환 등 퇴행성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이중 치매는 섬망, 망상, 환각, 우울증, 성격장애, 이상행동 등의 조절이 어려운 증상으로 인해 환자는 물론 그 가족과 돌봄 제공자 모두에게 어려움을 준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특히 이상행동으로 오는 불안, 혼란, 또는 스트레스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치매에 대한 의학적 접근과 돌봄 전략으로는 우선 환자의 환경, 신체적 불편, 감정적 상태 등을 고려한 환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통증이나 불편함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정기적 건강 체크가 필요하다.
또 치매 환자는 주위 분위기에 쉽게 영향을 받으므로 긍정적인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익숙한 환경은 불안을 줄이고, 예측이 가능한 일상은 혼란을 최소화한다. 환자의 관심사에 맞춘 활동을 제공하면서 긍정적 경험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까운 경우는, 환자로 인해 생긴 나머지 가족 간 불화로 환자의 이상행동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경우다. 환자는 물론 나와 다른 가족의 마음 건강도 잘 챙겨서 우울증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가족 간 불화가 생기지 않도록 함께 상의하고 가족 각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다음은 환자의 가족과 돌봄 제공자의 교육이 필요하다.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과 대처 기술을 배우는 것이 환자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망상을 예로 들면 환자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 긍정도, 부정도 말고 환자의 감정에 공감해 줘야 한다. 환자가 잘못된 내용을 말했는데 맞는다 할 수도 없지만 틀렸다고 하면 오히려 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매 환자의 불안감과 슬픔을 잘 들어주면 망상이 진정되는 경우도 많으며 오히려 환자의 호소 뒤에 숨겨진 속마음이 들여다보이기도 한다.
치매 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적절한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때로는 전문기관에 위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가족이 치매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인지 행동 훈련을 시켜주는 경우는 드물다. 내 가족의 저하된 수행 능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워서 훈련을 지속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에서는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인지치료를 담당해 줄 수 있다. 학령기 아이들을 부모가 직접 가르치지 않고 학교에 보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인류는 수많은 난치성 질환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매도 그중 하나다. 비록 극복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 질병일지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잘 관리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다른 행복들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치매 환자의 이상행동을 관리하는 것은 인내와 사랑이 필요한 과정이며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 모두가 더욱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