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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 서주태 원장의 번식이야기

정계정맥류, 남성의 삶의 질을 가르는 질환

 

용인신문 | “고환에 지렁이 같은 게 만져져요.”

 

이른바 정계정맥류가 원인이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압력 때문에 정맥이 늘어날 수 있으며(정맥류, 靜脈瘤), 다리에 하지정맥류가 생기듯 고환에도 정계정맥류가 발병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계정맥류는 고환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되돌려보내는 정맥의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이 역류하고, 그로 인해 혈관이 늘어나 꼬이는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체 남성의 약 10~15%에서 정계정맥류가 발견되며, 한 연구에서는 40세 이상 남성의 48%에서 확인된 바 있다.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지만, 많은 남성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정계정맥류가 있으면 고환의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 본래 고환은 체온보다 약 1~2도 낮은 환경에서만 건강한 정자를 만든다. 그래서 몸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맥이 확장되어 혈류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고환의 온도가 상승하고, 산소 공급이 떨어지며 독성물질이 쌓인다. 그 결과 정자의 수와 운동성이 감소하고, 형태 이상 정자가 늘어난다. 말하자면 고환의 냉각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이다. 결국 자연임신이 힘들어질 수 있다.

 

정계정맥류는 생활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며, 대개 통증이 없거나 일시적인 불편감만 느껴 쉽게 지나치기 때문에, 대부분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다.

 

치료와 수술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로 나뉜다. 자연임신을 원한다면 교정수술을 먼저 권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계정맥류 교정 후의 자연임신 성공률은 시험관아기 시술(IVF)의 약 두 배에 이르며, 비용은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건강보험에서도 정계정맥류가 있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교정수술 후 3~4개월이 지나면 혈류와 정자 질이 개선되고, 자연임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내의 나이가 37세 이상이거나 난소기능 저하가 심한 경우, 혹은 양쪽 난관이 막혀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교정수술보다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고려해야 한다. 정액에 정자가 없을 경우에는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TESE, 고환정자채취술)해 체외수정(IVF)을 진행할 수 있다.

 

정계정맥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임신을 원하지 않거나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경과 관찰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고환이 묵직하거나 통증이 지속된다면 치료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 정계정맥류가 심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고환이 작아지는 위축이 생길 수 있다. 이 현상은 단순히 생식 기능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남성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준다.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면서 피로감이 커지고, 성욕이 줄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정계정맥류는 단지 임신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의 삶의 질 전반과 깊이 연결된 질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