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흔히 남성의 리비도(성욕)는 야한 동영상이나 이른바 ‘쭉쭉빵빵’한 매력적인 여성 앞에서만 발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남자들의 성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의외의 순간에 살아난다. 놀랍게도 감사와 고마움, 심지어 측은지심 같은 정서 앞에서도 리비도는 충분히 고개를 든다.
예로부터 칠거지악(七去之惡)을 말할 때도 반드시 ‘삼불거(三不去)’를 함께 언급했다. 가난한 집에 시집 와서 살림을 일으킨 경우, 삼년상을 함께 치른 경우, 친정이 없는 경우에는 아내를 내치지 못하게 했다. 이는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니라, 배우자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사회적 안전장치였다. 옛사람들은 ‘고마운 사람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걸 제도로 묶어둔 셈이다. 삼불거의 핵심에는 감사와 연민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이 과연 리비도를 자극할 수 있을까.
의학적으로 보자면 가능하다. 남성의 성욕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성욕은 뇌의 보상회로, 유대회로, 스트레스 회로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시스템의 산물이다. 성욕의 사령탑은 결국 뇌다. 쉽게 말해, 남자의 몸은 뇌가 허락해야 움직인다. 관계가 위협적이라고 느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고, 그 상태에서는 성욕이 줄어든다. 반대로 관계가 편안하다고 느껴지면 마음도 몸도 풀린다.
많은 이들이 명절을 갈등의 촉매제로만 본다. 실제로 명절 이후 이혼 상담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함께 장을 보고, 가족을 응대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견디는 동안 부부는 다시 ‘한 팀’이 된다. 서로의 수고를 눈으로 확인한다. “당신이 고생했네”라는 한마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그 말에는 ‘그래도 우리는 같은 편이네’라는 안도감이 담겨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뇌에서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나온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하고, 옥시토신은 사람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한다. 동시에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방어하던 마음이 조금 풀린다. 마음이 풀리면, 몸도 따라 풀린다. 억눌려 있던 리비도가 다시 올라올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부부 사이가 좋아지면 발기부전 약의 효과가 더 잘 나타나거나 약을 덜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성기능은 혈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어른들은 결혼은 살다 보면 정이 든다고 말한다. 실제로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보다, 함께 고생하고 서로를 책임지며 신뢰를 쌓은 부부가 더 단단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배우자가 나의 가족을 배려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달라진다. 사랑이 존중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다. 오래 쌓인 무시와 상처가 깊다면 고마움 한 번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직 마음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면, 감사는 관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결국 부부의 사랑은 한순간의 불꽃이 아니라, 오래 쌓이는 감정이다. 명절 이후 가까워지는 부부의 모습은 우연이 아니다. 안전하다는 느낌, 인정받았다는 감정, 그리고 ‘내 편’이라는 확신이 돌아올 때 리비도도 함께 살아난다. 명절은 힘든 행사일 수 있지만, 잘 넘기면 관계를 다시 따뜻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