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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개그맨에서 멀티연기자로의 변신

엔터테이먼트 회사 ‘수작’ 창립…첫 무대 준비 ‘구슬땀’
유명 작사가인 아내 양재선씨와 양지면에서 ‘알콩달콩’
People| 유쾌한 남자 김진수

   
 
네모얼굴로 기억되고 있는 개그맨 김진수씨를 TV브라운관에서 못 본지가 꽤 오랜듯 하다.

얼마전 모 방송국 토크쇼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자신의 ‘건재함’을 만천하에 알렸던 그.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평창리에 아름답게 꾸며진 그의 스위트 홈에서 어느 때보다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연기자 김진수를 만났다.

# 개그맨에서 연기자로, 이제는 ‘연출자’로
“TV에 자주 출연하지 않으니까 다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들 하시더라구요. 근데 방송할 때보다 지금 몇 배는 더 바쁘게 지내요. 아내도 며칠만에 보는 거라니까요. 하하.”

생각과 달리 수줍은 미소를 지닌 개그맨 김진수는 지난 몇년간 멀티 연기자로 변신해 있었다. 연극무대와 뮤지컬 공연장의 배우로서 종횡무진하고, 1년여전 자신이 세운 ‘수작 컴퍼니’의 대표로서, 연출자로서 올해말 처녀작을 올릴 준비중에 있다.

이 뿐 아니다. 조만간 드라마와 영화 출연도 계획중에 있다.
지난 3월 31일부터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올려지고 있는 ‘댄서의 순정’에서 출입국 관리소 직원, 의사, 술집 사장, 할아버지 역장 등 1인 10역을 맡고 있는 그가 현실에서도 최소 1인 5역은 맡고 있는 셈이다.
“사실 연극을 한다고 할 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러나 아내가 많이 이해해주고 격려해줬지요. 지금도 가장 든든한 후원자에요. 제가 처음으로 제작과 연출을 맡아 올해 말쯤 극장에 올릴 예정인 작품도 아내가 대본과 가사를 써 줬어요. 제 아내가 누군지는 아시죠?”

그의 아내는 유명 작사가인 양재선씨다. 김진수씨가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내 사람이다’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재선씨는 “난 아닌데…”라고 말하며 웃는다.

가수 임창정의 ‘별이되어’ ‘Love Affair’,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처음처럼’, 김현성의 ‘기대’, 이수영의 ‘그리고 사랑해’ ‘차라리’ 포지션의 ‘마지막 약속’ 등이 모두 그녀의 곡이다.
아내 자랑에 갑자기 두배로 환한 표정으로 바뀐 그는 “사실 저보다 저의 아내가 돈을 더 잘 벌어요. 저는 뭐 쓰기 바쁘죠… 하하. 그래도 없으면 안쓰고 있으면 쓰면 된다고 생각해서 큰 부담은 가지지 않지요”
그의 말에 재선씨가 살짝 눈을 치켜세우며 말한다. “없을때도 쓰고 있을때도 쓰죠!”

아내의 핀잔에 무안한 그가 얼른 말을 이어 나간다. “제가 처음 연출을 맡은 뮤지컬은 아이가 없는 오래된 부부 이야기에요. 남편이 어느날 비행기 승무원인 여자와 바람을 피게 되요. 남편은 그녀를 좋아하지만 그녀는 애정결핍으로 남성편력이 심하죠. 어느날 남편이 아내를 속이고 승무원인 애인을 따라 비행기를 타요.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아내는 남편을 놀래켜줄 생각으로 같이 비행기를 타죠. 그 비행기가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극의 줄거리에요. 아직 제목은 정하지 않았지만 ‘안티 파라다이스’나 ‘파라다이스 티켓’ 중에 결정될 것 같아요”
현재 캐스팅 단계에 있는 그의 처녀작을 곧 만나볼 수 있을 듯 하다.

# 이젠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야죠
지난해 그는 새로운 회사를 창립했다. 그의 의지가 느껴지는 ‘수작컴퍼니’가 바로 그 것.
“‘수작’에서 처음 올리는 뮤지컬이 저의 처녀작이 될 듯 해요. 수작에서 올리는 공연은 이 작품이 처음이지만 수작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업사원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1년전부터 시작됐어요. 팀워크샵이나 HR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지금껏 엔터테인먼트와 이런 교육프로그램이 결합된 적이 많지 않았고 성공하질 못했죠. 하지만 개그맨들은 창출력이 좋아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죠. 블루오션인 셈이에요.”
그는 ‘수작’을 곧 법인화하고 사업 영역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개그맨들이 사실 다른 분야보다 생명력이 짧아요. 나이가 들면 설 자리가 없어지거든요. 이젠 후배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박수홍씨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얼마전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꼭 방송 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특히 친구들한테 너무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아내의 핀잔어린 칭찬이 이해가 가는 듯 하다.

# 이제 좋은 극장 하나 만드는게 소망
활발한 활동을 하던 그가 2004년 결혼을 했다. 가사를 쓰는 직업을 가진 아내를 위해 서울을 떠나 공기 좋은 용인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너무 멀더라구요. 그러다 차츰 국도도 알게되고 지름길도 알게 되면서 지금은 괜찮아요. 무엇보다 기침이 심했던 아내가 요샌 기침을 안해요. 근데 전원생활 의 단점은 얼굴이 검어진다는 거…. 하하. 그리고 훨씬 더 부지런해야해요. 잔디도 깍아야죠, 때되면 꽃도 심고 정원도 관리해야죠. 집도 직접 관리해야죠…”

아내와 함께 아기자기한 정원도 꾸미고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의 집도 만들고 퇴비도 뿌리는 그는 “요새 아내가 저한테 불만이 많아요. 얼굴 보기도 힘드니 당연하죠! 그래도 둘이 같은 일을 하니까 능률적인 면에서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일상이 회의니까요. 하하. 사실 아내한테 많이 배우면서 살아요.”
이제 개그계로는 돌아갈 계획이 없다는 김진수씨는 “장르에 상관없이 연극무대에 많이 설 생각이에요. 뮤지컬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뭐 가진 목소리가 있다보니 고전 뮤지컬보다는 창작 뮤지컬을 더 좋아하죠. 드라마나 영화 출연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그쪽이 사실 돈을 버는데는 더 좋거든요”라며 큰소리로 웃는다.

“사실 개그계에 있으면서 너무 큰 관심을 받을 때는 그게 참 부담스러웠어요. 방송에 대한 염증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직업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하고 있어요. 얼마전에는 양지 IC 근처 조개구이집 아주머니가 돈도 안받는다고 하시더라니까요.”
“모든것은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가장 안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 될 수 있더라고요”라며 자신의 명언에 감탄하는 유쾌한 남자 김진수.

“세월이 지나면서 생활이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초기엔 조급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지금은 할일이 훨씬 많아졌는데도 맘이 편하고 즐길 수 있게 됐거든요. 캐릭터가 제한되는 것도 이젠 걱정 안할려구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는 걸 얼마전에 알았거든요.”

무슨 일을 하든 건강 다음이라는 그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천천히 즐기면서요. 저의 소망은 좋은 극장을 만드는 거에요. 요즘 극장 사업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면서 여러군데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제 소망을 빠른 시일내에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공기 좋고 환경 좋은 곳에서 2세도 가져야 겠지요. 하하.”라며 아내를 살며시 쳐다본다.

<사진/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