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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통역봉사만 3만여시간…세계가 인정하다

만남/통역 자원봉사로 세계기네스 오른 이해영씨
2월3일 세계 최장 최고 자원봉사자 기네스 인정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는 통역봉사만으로 3만여 시간을 채워 세계를 놀라게 한 화제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세계최장시간통역자원봉사자인 이해영(61) 씨.
그는 지난 2월 3일 세계에서 최장시간 통역 자원봉사자로 등재 됐다. 그의 나이 61세로 젊은 이들 못지 않은 열정과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3살적부터 영어를 배웠다.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태원에서 자라다보니 어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와 영어와의 관계는 외국인학교 입학으로 이어진다.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외국인학교를 다니며 영어를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어린시절 배웠던 영어실력으로 카투사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후 1974년 외국인학교 동기들의 초청으로 미국에 갔다가 본격적인 통역봉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LA시 공무원들과 교민들 사이에 업무협의가 자주 벌어졌는데 서로 간에 대화가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영어회화에 서툰 한인회 간부들을 돕기 위해 통역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시작점을 설명했다. 이 것이 게기가 된 그는 통역 자원봉사의 길을 걷게 됐다. 미국 내에서 통역 봉사를 시작하곤 곳곳을 누볐다.

점점 통역봉사에 재미와 즐거움을 느낀 이 씨는 자신의 본업보다 통역봉사를 더욱 관심을 보이며 지난 1987년 ‘88서울올림픽이 열리면 서울에서 통역봉사를 해야겠다’는 한 가지의 이유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원하던 통역봉사를 하고야 말았다.

그 뒤에도 2002년 월드컵을 비롯해 세계태권도대회, 세계도자기대회, 대전엑스포 등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규모의 축제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에게 정확하게 한국을 소개하고, 동시에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즐거움을 얻었다.

이처럼 굵직한 행사에서 언제나 감초역을 맡아온 이 씨는 지난 2005년 성남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선수로 참가한 레바논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딸 ‘커리네 머’양의 통역봉사를 맡아 일주일간 그녀와 함께 생활한 적도 있다.

이 씨는 “‘커리네 머’ 양이 참가했던 태권도대회에서 선수들의 소지품을 훔치는 도둑을 잡게 된 적이 있다”며 “이날 그 도둑 덕분에 성남남부경찰서에서 금일봉 10만원도 받게 돼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의 통역봉사로 이름을 떨친 그는 지난 2002년 청와대로부터 자원봉사를 부탁하는 서신을 비롯해 대통령으로부터 월드컵기장을 수여받고 경기도에서는 최초로 통역분야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도 통역분야에서 도지사상을 받는 것은 내가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지난 1974년부터 2005년까지의 통역봉사한 3만시간을 한국기록원에서 인증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이 기록이 세계기네스에 등재돼 경기도를 세계인들에게 ‘자원봉사의 도시’로 기억되게 한 것이 큰 기쁨”이라며 이번 기네스 기록 등재에 커다란 의미를 전했다.

이어 이 씨는 “처음 봉사를 시작하고 5년이 지나자 일이 몸에 배었고 10여년이 지난 후부터 이일을 하지 않으면 화병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며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을 돌아보면 반쯤은 미쳐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 때에도 영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그와 통역 봉사는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다.

이 씨는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며 “자원봉사는 남들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나를 위해 더욱 필요한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