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가 아픈 청춘들의 메시아로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있을 때 박근혜 의원은 뒷방 늙은이로 전락한 올드보이를 끄집어내어 때 빼고 광을 낸다. 엄마 아빠랑 살던 청와대 집으로 33년만의 귀향(?)이다.
세상은 그녀를 여걸 측천무박 이라 불렀다. 결혼은 고사하고 60이 다 되도록 스캔들 한번 없다는 것은 그만큼 지독하게 자기를 단속하며 수양했다는 증거다. 언제부턴가 그녀의 치맛자락만 죽어라 붙드는 뭇 사내들이 생겨났다. 그녀의 사주와 무관치 않다. 상생(相生)과 곡직(穀稷) 격(格)으로 식신(食神)을 갖고 있는 쪽박과 대박의 천길 낭떠러지기에서 외줄을 탄 다소 뒤틀린 사주다. 금오산 이왕설(二王設)을 간과하지 않던 아버지 박정희가 이를 몰랐을리 없다.
박근혜라는 이름이 증거다. 이름이란 사주를 바로잡아 보완해 주고 미래를 열어 줄 때 그 빛을 발한다. 박정희(朴正熙)의 박(朴)은 열십(十)에 여덟팔(八) 점복(卜). 점괘에 18년간 나라를 통치한다. 바를 정(正)은 한일(一)에 그칠지(止). 한사람 때문에 그의 삶이 멈춘다. 빛날 희(熙)는 신하신(臣) 몸(己) 연화발, 내 몸처럼 아끼는 신하에게 총 네 발을 맞고 죽는다. 그날이 1979년 10월 26일. 역사는 이를 10·26사태, 궁정동 최후의 만찬이라고 한다. 그날 먹었던 운명의 술이 시바스다.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구미 아버지 집 생가로 초청, 입당을 선언함으로서 아버지 사후 18년 만에 정계에 입문한다. 박(朴)은 열십(十). 여덟팔(八). 점복(卜). 비명횡사한 부모의 한을 품고 18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근은 무궁화 근(槿)으로 두 개의 해석이 있다. 나무 목(木). 풀초 또는 초두머리(艸). 가운데 중(中). 주인 주(主). 18년 후에 무궁화나무에 꽃을 피우는데 모든 무리 가운데(中) 주인(主)이 된다는 해석과 아버지가 죽은 다음 33년 되는 해에 아버지가 살던 집(청와대) 주인이 된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33년 되는 해는 2012년이다.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죽어야 할 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는 작년 말에 죽음으로 해서 제명수도 못 채우고 죽은 어처구니없는 이가 됐다. 무궁화 근(槿)자는 2012년 12월 대선과 무관치 않은 의미심장한 이름이다.
그런데 앞에 오는 범은 속여도 뒤따라오는 팔자는 못 속이더라고. 문제는 혜(惠)다. 잘못 놓인 자다. 이로 인해 양손에 물과 불을 모두 쥐고 있는 꼴이 됐다. 이런 그녀에게 필요한건 공자가 말한 포호빙하의 돌격대장 의리의 돌쇠인데 불행히도 아직까지 그녀에겐 의리의 돌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