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앞 다투어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사월을 내게 주면 나머지 달을 다 네게 주마’라는 스페인 속담처럼 4월은 1년의 꽃이다. ‘졸업’이란 영화에서 싸이먼 앤 가펑클은 사월에는 그녀가 올 거야(April come she will)를 노래한다.
쿤타킨테의 후손 흑인작가 알렉스 헤일리는 ‘뿌리’에서 만딩카 족의 용사는 사월을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달’이라 한다.
시인 박목월은 그런 4월을 ‘목련꽃 그늘아래 편지를 읽는 달’이라며 4월의 노래란 시를 썼고, 납북된 남편을 기다리며 평생 대문을 잠그지 않았던 작곡가 김순애 교수는 곡을 붙여 노래로 남긴다. 그런데 T.S.엘리어트는 서사시 ‘황무지’에서 사월을 가장 잔인한 달(the cruelest month)이라고 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4월은 시인의 말이 아니어도 온갖 식물과 꽃들이 만개하는 달이다. 그 온갖 꽃이 만개 하는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꽃이 있었으니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 4월의 신부가 그 꽃이다. 4월의 신부가 된 여인은 평생에 일곱 개의 이름을 갖는다. 딸로 태어나 여자로 자라서 여성으로 성숙되고 아내로 변화가 되어 어머니로 꽃을 피운다. 그리고 여자의 마지막 이름 할머니로 죽어간다.
그런데 여성과 아내 사이의 한시적 이름이 있으니 신부(新婦)가 그것이다. 딸은 태어나서 부터 시집가는 순간까지 보호를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시집을 간 다음부터는 누군가를 보호하며 살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다. 신부가 된다함은 평생을 한남자만 섬기겠다는 약속이요. 아내가 된다함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남편을 위해 내려놓음이다.
더 이상 내 것이 없는 삶이다. 여자가 남자의 인생이라면 남자는 여자의 운명이다. 그리고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는 삶의 변곡점을 맞는다. 엄마란 이름에는 무한 희생이 따른다. 사월의 꽃 신부는 친정에서 엄마를 보고 엄마로 자란다. 친정에서 보고 자라지 못했을 때 가해지는 형벌 같은 말.‘본데없이 자란 것’세상에 이보다 더 무서운 말은 없다.
올 사월은 유난히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월에 시집가는 모든 신부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으시길.
-손우영(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