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나이 62세가 되던 기원전 491년. 계씨의 박해를 피해 모국을 떠나 위(衛), 조(曹), 송(宋)나라를 떠 돈지 5년째 되는 해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마침내 회수(淮水) 유역의 진(陳)나라와 채(蔡)나라의 국경에 이른다.
진나라는 한비자가 동문수학한 친구 이사의 모함에 빠져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하다. 안회, 자로, 자공을 비롯한 다른 모든 제자들은 자신의 출신 성분도 잊고 스승과 함께 세상에 속했으나 세상에 물들지 않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기쁨의 사제공동체(師弟共同體)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부적인 학장(學匠)인 공자는 일생일대의 가장 곤핍하고 핍절하며 서러운 순간을 맞는다. 진채지액(陳蔡之厄)이 그것이다. 진나라는 오나라와 초나라간의 전쟁에 휩싸인 상태라 통용되는 상식이나 예의 법도가 무너진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위엄을 갖기란 여간 힘든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공자일행은 오나라 패잔병을 만나 마차와 옷이며 식량조차 깡그리 빼앗긴다. 이로 인해 9일 낮밤을 굶어 분노한 자로가 따지듯 묻는다.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子路慍見曰「君子亦有窮乎?). 공자는 말한다. “군자란 원래가 궁한 법이지(子曰. 君子固窮)”
그리고 이어서 자로를 야단치듯 말을 잇는다. “소인은 궁하면 흐트러지지(小人窮斯濫矣)”훗날 공자는 이일을 겪은 것을 계기로 춘추를 쓰지만 그것은 훗날의 일이고 지금 당장은 아사 직전이다. 견디다 못한 자로는 어렵사리 전쟁이 쓸고 간 마을에서 곡식을 구해오니 안회가 밥을 지어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먹는데 스승보다 40살이나 어린 자장이 밥 먹다말고 묻는다. “선생님 천하를 가지려면 어찌해야합니까.” 스승에게 물었는데 답은 제자들이 분분했다. 자로 왈 칼이 있어야 한다.
자공은 돈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안회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자들의 말을 다 듣고 난 공자는 말한다. “천하를 가지려면 네가 먹는 밥숟가락을 지금 당장 내려놓아야한다. 그러면 천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밥숟가락을 내려놓지 않으면 너는 네 밥만 가지게 될 것이다.”
어려서 서당에서 논어를 읽었다는 김문수 도지사가 이 고사(故事)를 모르지 않을 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무료급식을 전면 삭감하겠단다. 부자든 가난한 서민이든 밥을 먹는다는 것은 오늘을 살겠다는 약속이며, 내일을 꿈꾸는 희망이다. 하늘이 두쪽 나도 밥은 먹여야한다.
송우영(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