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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

축산농가 ‘구제역 악몽’ 밤잠 설친다

4년전 최악 사태 재현 우려… 가축울음 대신 한숨소리만

   
4년 전 용인시 축산농가는 갑자기 불어닥친 구제역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리고 2012년까지 구제역의 여파로 지역 내 축산업이 얼어붙었지만 지난해부터 구제역의 악몽이 잊혀지면서 점차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5일, 4년만에 구제역 발생소식에 지역 내 축산농가들의 경계심은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 때 수만마리의 돼지들을 사육할 정도로 지역 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다.

소와 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할 정도로 농가들은 철저하게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상태로, 그 흔한 돼지들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특히 소독을 위해 바닥에 뿌려진 생석회는 마치 녹지 않은 눈을 연상하게 한다. 마을의 풍경을 새하얗게 만들어 놓은 모습은 축산농가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약 2만5000마리의 돼지를 구제역으로 인해 전량 살처분한 O영농조합 관계자는 이번 구제역에 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시 전량 살처분한 탓에 발생한 손실은 약 10억원에 달한 것. 다시 모돈을 사들이고 관리하며 2만여마리까지 돼지의 사육수를 늘렸지만 4년만에 다시 찾아온 구제역 여파는 악몽으로 다가온다고 영농조합 관계자는 토로했다.

한편 옥산리에서 돼지 10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김아무개씨 역시 구제역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옥산리에서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지나가는 차나 사람만 봐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백신을 맞추고 생석회를 뿌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육류공급을 위해 사육되는 돼지 뿐만 아니라 소를 키우는 농가 역시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옥산리에서 소 사육과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H영농조합 관계자들은 갑작스런 구제역 발생 때문에 울상을 짓는다.

지난해부터 소를 사육하며 체험농장을 운영해왔지만 구제역으로 인해 체험농장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
H영농조합 관계자는 “소 사육비용과 소독비용 이외에도 체험농장을 운영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이 나날이 쌓여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적이 끊긴 H영농조합에는 수십마리의 소만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그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구제역의 발생한 원삼면과 포곡읍, 양지면의 축산 농가들 역시 외부와의 접촉을 모두 차단한 상태다.
지난 5일 용인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원삼면의 돼지농장 인근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푯말과 경계테이프가 이 곳이 축산농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 평소 드나들던 차량과 사람들은 전혀 볼 수 조차 없었다.

구제역이 발생해 전량 살처분된 양지면 주북리도 곳곳에서 들리던 돼지의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다만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물고있는 농가 주인과 방역을 위해 진입을 차단하고 있는 공무원들만이 구제역의 심각성을 내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4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포곡의 농가들도 구제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있다.
포곡읍에서 돼지를 키우는 이아무개씨는 “포곡의 경우 농가들의 간격이 좁고 인적도 많아 구제역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위탁농은 살처분한다고 해도 피해가 크지 않지만 자영농은 구제역으로 인해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농장 주변을 다니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말하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