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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목덜미ㅣ박미란

목덜미

                박미란

 

그 사람을 버리고 그 사람에게로 가는 동안

창문으로 비둘기가 날아왔다

 

찬란하다 날짐승들이여

흔들리는 새벽의 음악이여

 

모든 색이 저 목덜미에서 나왔을까

 

파랑인가 하면 피투성이 붉음,

붉음인가 하면 비명을 삼킨 검정의 기미

죽어서까지 기막히게 달라붙던 날짐승을 숨죽이며 바라보았다

 

목덜미가 움직일 때마다 달라붙던 날짐승을 숨죽이며 바라보았다

 

목덜미가 움직일 때마다 색은 바뀌었고 잔디밭에 뿌려져 초록을 얻었지만

 

그 사람은 오지 않았다

 

박미란에게 시시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그녀는 시를 쓰는 모든 고민들, 몸짓들, 뒤척임들을 참 시시하기도 하지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시시하지 않은 것이 있다. 죽음이다. 목덜미는 죽음을 노래한 시다. 그녀의 레퀘엠은 엄숙하고 경건하다. ‘그 사람을 버리고 그 사람에게 가는 동안A를 버리고 B에게로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버린 사람과 찾아가는 사람이 동일인이다. 그녀는 버린 사람-죽은 자를 찾아가는 중이다. 마음의 창으로 날아든 비둘기는 죽은 자의 영혼일 것이다. 그러므로 찬란하다 날짐승이여/흔들리는 새벽 음악이여라고 노래 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아름답고 애절했으면 찬란한 날짐승이라고, 흔들리는 새벽 음악이라고 노래할 수 있을까. 찬란한 영혼은 마음 흔들리는 새벽의 음악이 분명한데 모든 색이 저 목덜미에서 나왔다면 모든 색은 세상의 전부라서 죽은 자의 영혼은 시적 화자의 우주며 세상의 전부인 것이다.

비둘기 목덜미의 색깔은 파랑인가 하면 피투성이 붉음이고, 붉음인가 하면 비명을 삼킨 검정의 기미다. 햇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비둘기 목덜미의 색깔은 비의를 숨긴 색깔이어서 파랑색이 붉은 색이고 붉은 색이 검정색의 기미다. 기미란 검정 색깔이 될 징후라는 뜻이다. 불원간 죽음이 될 색깔이다. 이 모든 색깔들이 영혼의 색깔들이다. 영혼의 색깔을 무어라고 정의 할 수 있을까. 정의되지 않는 색깔이 영혼의 색깔이다. 산 자의 심리적 상황에 따라 영혼의 색깔은 천변만화다. 죽어서까지 기막히게 달라붙던 비둘기여서 숨죽이며 바라보는 영혼이다.

목덜미가 움직일 때마다 색은 바뀌었고 잔디밭에 뿌려져 초록을 얻었다면 수목장이 분명하다. ‘그 사람은 오지 않았다는 마지막 행이 가슴을 친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