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 사이
이태수
벚꽃들이 피고 지는 사이,
나무에서 나무로 새들이
옮아앉는 사이,
스쳐간 바람이 되돌아오는 사이,
그런 사이의 그와 나 사이
어깨 겯고 있는 풀잎과 풀잎들
사이, 그 사이에
글썽이다가 흘러내리는
이슬방울들과 햇살 사이,
그런 사이가 나와 그 사이
꿈속에서도 그 바깥에서도
만나자말자 헤어져야 하는
그런 사이의 그와 나 사이
이태수 시인은 등단 초기부터 서정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초월을 꿈꾸어 왔으며 현실을 따뜻하게 껴안아 왔다.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추구해나가는 시세계를 일관되게 펼쳐온 것이다.
「그와 나 사이」는 이러한 그의 시세계를 잘 보여주는 시편이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사물들은 꽃 피고 지는 벚나무며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앉는 새들이며 스쳐간 바람이 되돌아오는 소리다. 그뿐 아니라 어깨 겯고 있는 풀잎들이며 풀잎 위에 맺혔다가 흘러내리는 이슬방울이다.
자연은 그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다. 그리고 자연 속의 여러 사물들 사이를 흐르는 짧은 순간에 그의 연민은 시작되거나 소멸한다.‘그와 나 사이’는 꽃이 피고 이우는 사이거나 새들이 나뭇가지를 옮겨 앉는 사이거나 바람이 되돌아오는 사이 처럼 한 순간에 눈빛이 오가는 연인 사이인 것이 틀림없다.
풀잎 사이를 글썽이다가 흘러내리는 이슬방울과 햇살 사이처럼, 밝고 투명한 사이라고 노래하지만‘꿈속에서도 그 바깥에서도/만나자말자 헤어져야하는/그런 사이의 그와 나 사이’라면 그 사랑은 안타깝고 두려운 사랑일 것이다. 이태수 시인의 「그와 나 사이」를 연시로만 읽고 싶은 날이다. 시집 『내가 나에게』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