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의 편지
황명걸
혹여 살아계시다면 배곯으시고
돌아가셨대도 넋마저 편치 않으실
납북되어간 두 분 삼촌
짐 챙기러 삼팔선 넘으셨다가 발묶인
할머니께서야 워낙 강파른 옛분이니
그쯤은 예사로이 견뎌냈을 일이지만
그곳에 남은 외삼촌, 외할머니도
별반 다르지 않을 테고
오십년이 넘게 지난 오늘에
조금도 빛바래지 않은 고향 풍경은
내가 가진 단 하나의 보석
평양 친가 유동 기생만치나 미색인
수양버들 아래 매생이가 떠있는 대동강가여
외가인 탄광촌 사동은 강돌마저 검어
맑은 물빛이 더욱 푸르렀다오
아버지의 어머니이신 나의 할머니!
고향 갈 날이 너무 막연해
제이의 고향으로 삼은 무너미 북한강 건너
마석땅에 당신의 아들 며느리 눕혔습니다
망향하시라고 남으로 머리를 두고 북을 향하게 해
머잖아 이 손자도 부모를 따라
논산 오강리 여자 손자며느리와 함께
그 아래 육신을 뉘이겠습니다
황명걸 시인은 1935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62년『자유문학』지를 통해서 문단에 나왔다. 동아일보 재직 중에 자유언론운동을 펼치다 해직되었다, 그후 그는 양평의 두물머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왔다.
이 시는 그의 망향가여서 울컥한다. 실향의 눈물 가족이 얼마인데 남북은 그들을 위한 이산가족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 이러고도 남북화해를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시집『저희를 사랑하기에 내가』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