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한 달 전 이 공간에 이렇게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과 단절하는 조치(장관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게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구호에 어울리는 행동이다. 그걸 못한다면 대통령의 ‘정의’는 가짜일 뿐이다.”(8월26일자 칼럼 ‘문재인의 정의, 조국을 피해 간다면 가짜다’의 한 대목)
조국의 위선과 표리부동에 국민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는지를 전하면서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칼럼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민의를 배반하는 결정을 했다. 조국의 불법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워 지난 9일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이 주장해 온 공정과 정의가 거짓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광고하는 우매한 선택을 한 것이다.
대통령이 민심을 우습게 여긴 데 따른 후과(後果)는 독이 되어 그에게 돌아가고 있다. ‘문빠’로 불리는 맹목적 지지층을 뺀 다수의 국민 사이에선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거냐. 이번엔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등 분기탱천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 분노의 온도계가 올라가는 것은 여러 여론조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그에 대한 부정평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 않는가.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서명한 대학교수 숫자는 최순실 사태 때의 기록(2234명)을 훌쩍 넘어섰고, 변호사·의사들도 서명을 하며 들고 일어났다. ‘진짜 정의’를 요구하는 대학생 촛불시위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와 부산대에서 전국 각 대학으로 확산할 기세다. 일본을 겨냥해 ‘죽창가’ 운운했던 조국과 그를 비호하기만 하는 대통령 등 집권세력을 상대로 상식을 알고 염치를 아는 국민이 ‘마음 속 죽창’을 들고 의병처럼 봉기하고 있는 것이다.
조국이 국회 인사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여러 번 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와 언론 취재로 드러나고 있다. 딸의 고려대 입학에 쓰인 문제의 영어논문(연구윤리 위반 판정을 받아 철회됨)을 고려대에 제출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이나, 아내가 사모펀드 운영과 투자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한 것 등이 그 예다. 조국이 TV로 중계된 기자간담회에서 손에 들고 흔든 코링크PE 투자보고서도 국민을 속일 의도에서 급조된 것으로, 조국 측 요청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한다. 딸이 받았다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이 대학 교수인 부인이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컴퓨터로 위조했고, 그 수법도 자세히 밝혀졌다. 조국 가족의 사모펀드 문제는 사기의 온갖 수법이 동원된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커지고 있다.
여러 거짓말과 가짜 투자보고서 만으로도 조국은 장관 자격을 상실했다. 그는 머지않아 범죄 피의자로 검찰 포토라인에 설지 모른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법무장관이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그가 법치의 운전대를 잡고 검찰개혁을 이야기 하며 ‘검사와의 대화’ 등 이런 저런 이벤트를 벌이고 있으니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다.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비곗덩어리>에 나타난 ‘고상한 척 하는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은 수치심조차 없어 보이는 조국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 임명이 최악의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즉각 시정해야 한다. 조국을 속히 경질하고, 민의를 거스른데 대해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인재를 널리 찾겠다는 약속과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겠다는 맹세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오기를 부리며 버틸수록 ‘조국 리스크’는 커질 것이고, 민심의 바다는 거칠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