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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를 고민할 때다.

김민철(칼럼리스트)



[용인신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촉발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기독교 단체가 주도하는 조국 탄핵 집회가 10월 들어 두 차례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당력을 집중한 거리 시위 중 역대급 동원력을 과시한 광화문 집회는 야권과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일부 기독교 단체를 크게 고무시켰다. 조국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는 최소한 11월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 세를 과시하듯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거리 대결은 여권이 검찰을 타겟으로 삼으면서 촉발되었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에 여권이 격앙되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열고 200만이 모였다고 자평한 사람은 놀랍게도 여당 원내 대표다. 민주당은 관련이 없고 자발적인 집회라고 우기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부터 여야의 장외 대결은 원내 투쟁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을 요구했던 광화문 촛불 집회는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명분이 뚜렷했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 해외 언론도 당시의 집회를 격찬했다.


반면 조국 장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금의 거리 투쟁은 대의민주주의를 빈사 상태에 빠트리고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선발 주자인 나라들도 정치권이 다양한 이해 충돌을 해결하지 못해 격렬한 거리 시위가 벌어지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슬로베니아)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면서 불평등 구조의 심화가 주된 이유라고 진단했다. 지젝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결별하면서 갈등 구조를 더욱 격화시켜 끝내는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리 투쟁은 내각의 구성원인 장관에 대한 파면 요구와 해임 거부가 갈등구조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저열한 가두 정치가 뿌리내리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장관 하나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규모 장외 집회로 격돌하는 것을 나는 살다 살다 처음 보았다.


조국 사태를 보면 한국의 대의민주주의는 회생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대의민주주의의 또 다른 위기는 주요 정당이 한 결 같이 국민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는데 있다. 국민 정당은 독재 체제의 정당이 국민을 동원하기 위해 내걸었던 개념이다. 대표적인 정당이 나찌(독일사회주의 노동자당)과 파시즘의 원조인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이 있다.


한국의 주요 정당은 진보와 보수로 포장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수구적이거나 자유주의적 보수정당이 본질이다. 정의당은 겉으로는 사회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근래의 행보를 보면 자유주의 우파정당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계급, 계층별 이해관계를 토대로 한 다양한 정당이 뿌리 내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스위스 같은 직접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만 진보-보수고 별반 차이점도 없는 정당이 기댈 곳은 지역감정과 분단 구조 밖에 없다. 장관 임명 문제도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거리로 끌고 나가는 수준의 정당이 지배하는 국회에 양극화 완화와 불평등 구조 타파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대의민주주의가 회생하기를 원한다면 대통령과 여야는 협상과 담판을 통해 조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담판이 결렬되어 다시 장외 대결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봐야 한다. 그것도 못한다면 차라리 헌법을 개정하여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 체제로 전환하기를 촉구한다. 비록 투표 날만 주권자인 국민이지만 이렇게 저급한 정치를 할 바에는 국민에게 실질적인 주권을 이양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