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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회귀(原點回歸)한 북·미 핵협상

김민철(칼럼리스트)

 

[용인신문]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을 강경모드로 전환했다. 북미 대화를 위해 노심초사 했던 문재인 정부의 노력도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 당국은 단거리 미사일 제재를 위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를 소집한 것을 비난하면서 불퇴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한국정부에 미국과 북한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획기적인 모멘텀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북미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대북문제에 있어 미북대화에 의한 평화체제 구축에 집중해왔으나 미국의 강경책 회귀를 보면서 언제까지 북미대화에 의존하는 정책을 고수할 것인가 짙은 회의가 든다.

 

정부는 북한문제에 있어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분단국가였던 서독은 빌리 브란트 사회민주당 정권이 수립되기 전에는 미국에 점령된 경제대국의 수준의 대접을 받았다. 미국은 서독의 대외정책에 깊숙이 개입했다. 서독은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 없었다. 빌리 브란트 정권이 들어서자 서독정부는 동방정책을 내세워 미국의 간섭에서 벋어나는데 성공했다.

 

브란트 총리는 동방정책을 미국에 승인받는 것을 거부했고 단호하게 통보했다. 독일의 분단 문제는 당사국인 동서독이 해결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브란트는 동구권의 호의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했다. 서독 총리로 폴란드를 최초로 방문한 빌리 브란트는 무명용사 묘에 무릎을 꿇고 헌화했다. 브란트의 모습은 폴란드 인민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빗속에 무릎을 굻고 나치독일의 만행을 참회하는 브란트의 모습은 전 세계에 타전되었고 독일통일의 시발점이 되었다.

 

정부는 이제 북핵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남북의 실질적인 교류협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북핵문제는 어차피 미국의 의중에 달려 있으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동북아 정세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카드로 사용해왔고 이러한 정책은 내년 선거에서 정권이 바뀐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순진하게도 트럼프 정부의 대북화해 제스처를 액면 그대로 믿고 싶어 했다. 사실 북핵은 미국에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수백기의 전략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사실상 승인하고 돕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전임 오바마 정권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전부와 독일을 더해 체결한 미국-이란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이란을 압박하는 수단의 확보가 미국 전쟁 산업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도 이란핵과 다르지 않다. 북한이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서면 주저 없이 핵시설에 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이다. 한국정부의 반대는 고려 사항이지 절대적인 필요조건이 아니다.

 

트럼프대통령은 볼리비아에서 우익 군부 쿠테타가 성공하여 14년간 집권해온 모랄레스 대통령이 실각한 것에 크게 고무되었다. 트럼프는 다음 타겟은 니카라과와 베네수엘라이며 쿠바 사회주의 정권까지 전복시켜 중남미에서 좌파정권을 일소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을 제대로 알고 남북평화는 당사자인 우리 민족의 내부문제라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동방정책을 내세워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일통일과 유럽연합(EU) 결성의 물꼬를 텄듯이 문재인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자주적인 노선을 임기 중에 정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