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육성지원자금 남사면 토지 매입… 재배 시설 구축 눈 앞
화분포장판매사업 ‘그린모리아’… 온·오프라인 투트렉승부수
[용인신문] 청년 창업농업인 송민기(29) 아가페 농장 대표를 만났다. 송 대표는 현재 순전히 자력으로 화훼 농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송 대표는 화훼농장과는 별개로 화분 포장 사업 및 전자쇼핑몰 구축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화훼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대의 어린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야심찬 농업경영인이다.
그는 요즘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운전 중에도, 차를 마시면서도 부족한 것은 없는지 늘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남사면 방아리에 화훼농장인 아가페 농장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후계육성지원자금을 토대로 토지 매입 후 재배 시설을 갖추는 중이다. 올 가을에 구축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화훼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후계육성자금은 앞으로 갚아야 할 융자금이기에 그는 하루라도 빨리 농장 안정화를 위해 별도의 부가가치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화분 포장판매 사업 ‘그린모리아’를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지 한 달 됐다. 오는 7월부터 현재 구축중인 전자쇼핑몰에서 온라인 판매할 그린모리아는 향후 농장에서 생산하는 화훼 유통의 중요한 기반 사업으로 화훼 생산과 선순환 구조 속에서 알찬 수익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린 모리아(green moria)에서 모리아는 스페인어로 ‘좋은 기억’이다. 식물을 식재한 화분에 고객이 원하는 글귀와 사진을 인쇄해 감동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오랫동안 식물과 사랑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키우기 쉬운 스투키나 벵갈고무나무 등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송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화훼 생산, 화분 포장, 유통은 각기 독립된 사업 분야다. 한 분야만 감당하기에도 벅찬 사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송 대표는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힘들어도 즐겁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역시 자금이 문제다. 그는 현재 화훼직판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당장에 화분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송 대표는 앞으로 그린모리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농장에 투자할 선순환 시스템에 시동을 거는 중이다.
그는 한국농수산대학 화훼학과를 졸업했다. 부모님은 수지 상현동에서 10년, 남사에서만도 15년간 화훼농장을 운영했다. 어린시절부터 식물을 좋아했고 부모님을 도왔기에 화훼과 입학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한국농수산대학 입학은 한차례 고배를 마신 후에야 가능했다. 용인바이오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미래 방향이 잡혀있지 않았다. 여주농업전문대학을 다니던 그는 군대 전역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국농수산대학교 진학을 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20대 중반의 나이 때문에 머뭇거렸다. 그때 4-H 선배들의 힘찬 응원 덕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때 송 대표는 정신을 차리고 간 것이었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다. 학교에는 학기가 끝나면 버려지는 책들이 많았다. 그 책들을 주워다가 집에서 한 글자라도 더 읽었다.
3년제 전액 국비로 운영되는 한국농수산대학은 1, 3학년 이론, 2학년은 농장 실습으로 커리큘럼이 짜여있다. 실습과정은 학생들이 실제 농장에 가서 일하면서 농업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을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졸업 후 실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필수 코스인 국내 실습과 달리 해외실습은 성적 우수자에 한해 한 학기동안 원어민 영어 수업에 출석해야만 가능하다. 당연히 송 대표는 호주 화훼농가 실습 길에 올랐다.
호주는 화훼 시장 환경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생산, 포장, 판매를 농장 스스로 해결하는 농업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당시 경험은 현재 추진하는 사업에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함께 꽃을 심던 사장이 “한국농수산대학은 농업 엘리트 코스인데 다른 농업인들보다 돈도 더 잘 벌고 잘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했던 말에 힘입어 실습이 끝난 후 더 열심히 공부했다.
국내 농장 실습과정에서도 전자상거래를 배울 수 있던 경험은 현재 쇼핑몰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송 대표는 성격상 모르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동안 남사 화훼농장들을 찾아다니면서 모르는 것을 묻고 배웠던 노력이 상당한 지식으로 쌓여있다.
그가 그린모리아 사업에 뛰어든 것도 적극적인 그의 성격이 한몫 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발단이 됐다. 지난해 꽃 화분을 판매하던 중 한 지인이 위로의 글을 화분에 새겨줄 수 있냐고 물은 게 계기가 됐다. 못한다고 말하면 그만이었지만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몇몇 공장을 찾아나선 결과 드디어 화분에 글과 사진을 새길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마침내 용인시농업기술센터 4-H 지원 사업에 선정돼 기계를 갖추고 일을 추진하게 됐다.
노력을 하다보니 모든 일이 맞물려 결과적으로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부모님 도움 없이 전적으로 용인시를 비롯해 용인시농업기술센터, 4-H 등 주변 기관 단체의 정책적 지원과 격려를 기반으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청년농업인 송민기 대표. 특히 남사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꾸중도 해가면서 많은 도움을 주는 정신적 지주다.
자리 잡고 결혼해서 농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송민기 대표의 멋진 출발이 머지않아 튼실한 성공으로 열매 맺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