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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양 날갯짓을 소망하며

이복령 목사(하솜교회 담임)

 

[용인신문] 한 부부가 맹렬한 싸움 끝에 서로 말을 하지 않고 꼭 해야 할 말이 있으면 글로 쓰기로 했다. 다음날 출장을 가게 된 남편은 새벽차를 놓칠까 봐 어쩔 수 없이 부인에게 “내일 아침 4시에 깨워 줘요.”라고 적은 쪽지를 건넸다. 이튿날 아침 눈을 떠보니 4시는커녕 벌써 7시가 지나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난 남편이 부인을 깨우려고 하는데 자기의 베개 옆에 종이쪽지가 보였다. “여보, 일어나세요. 벌써 4시예요.” 부부가 몸과 마음이 따로일 때 일어날 수 있는 우스갯소리다. 그렇다. 소통이 안 되면 고통이 찾아온다.

 

상대가 자신의 의견을 경청하듯이 자신도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이 말은 사서 가운데 맹자(孟子)의 ‘이루(離婁)’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설과 삼경 가운데 ‘주역(周易)’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설이 있다. ‘역지즉개연’은 처지나 경우를 바꾼다 해도 하는 것이 서로 같다는 말이라고 한다.

 

얼마전 개원한 21대 국회를 보면서 더욱 생각나는 말이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거나 말을 하는 이유 등은 아예 듣지도 않고 자기의 주장만 앞세워 상대를 굴복시키려 애쓰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사과 두 개를 놓고, 조금 큰아이는 동생과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먹으려고 생각하는데 작은 아이가 사과 두 개를 모두 먹으려고 한다면 싸움만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는 토론과 다수결의 원칙을 지켜야 가능하다. 국회 역시 토론과 다수결 원칙을 지켜야 나라가 안정될 수 있다. 그 토론과 다수결의 장소도 반드시 국회 안으로 한정해야 한다. 다수결이 필요 없고 여야 합의에 의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국회의원들을 300명이나 뽑을 필요없이 여야 각각 한명씩만 있으면 될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싫어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이전투구(泥田鬪狗) 때문이다. 20대 국회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국회의원의 다른 뜻으로 사전에 등재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너무 한 것일까.

 

국회에서의 다툼은 국회 뿐 아니라 온 나라가 시끄럽고 국민들의 마음까지 갈갈이 찢긴다. 요즘 무서운 것은 자기네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면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든 그 직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비난과 협박을 가한다. 그것도 모자라 신상털기까지 가하는 무서운 사회분위기로 바뀌었다.

 

협의(協議)와 합의(合意)가 있다. 협의(協議)는 어떤 공동의 목적을 놓고 같이 의견을 절충하여 일치점을 찾아내는 의견 조정을 말한다. 합의(合意)는 어떤 문제나 일에 대해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둘 이상의 당사자 간 의사가 합치하는 일이다.

 

따라서 협의는 계속할 수 있지만, 합의라는 의미로 조문이 구성되었다면 계약 당사자 간에 의견 일치로 볼 수 있다. 국회 여야가 어떤 법에 대해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서로 합의를 하고 이를 이익집단의 허락을 못 받아 합의를 뒤집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자격 없는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그런 자격이 있기에 이를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다. 막내딸 시집 보내려다가 엄마가 시집간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시집은 막내딸이 가야하고 아이도 막내딸이 낳아야 한다. 결혼생활도 지지고 볶더라도 당사자가 하는 것이며 시댁이나 처가의 과도한 개입은 서로를 불행하게 한다.

 

새가 양 날개로 날듯이 한쪽 날개가 상하거나 꺾인다면 새는 하늘을 날 수 없다. 결국 한쪽 주장만으로 일을 행한다면 마치 한쪽 날개만 퍼덕이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이상한 새를 보게 될 것이다. 21대 국회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곳에서 건강한 양 날개의 힘찬 날갯짓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