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양혜왕이 81세 노인의 맹자를 모셔놓고, 자신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했음에도 백성들은 그걸 몰라준다며 이렇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과인이 백성 다스리기를, 한쪽 고을이 흉년이 들면 그 지역 백성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 먹고 살게 했다. 이렇게 열심히 백성들을 보살폈는데도 백성들은 자꾸만 다른 나라로 도망하는 통에 인구가 늘지 않는다. 세금은 고사하고……”
여기서 맹자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이야기를 꺼낸다. 쉽게 말해서 그 정도 쯤은 어느 왕이든 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맹자는 나라가 잘되고 백성이 잘사는 나라가 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양생상사무감養生喪死無憾 왕도지시야王道之始也가 그것이다. 풀어쓰면 이렇다. 산 자는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하고, 망자 장례에는 서운함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왕으로서 도리에 맞는 정치의 시작이다.
양생養生이란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일이다. 황정견의 주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먹고 사는데 있어서 불안을 느끼게 되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다. 상사喪死는 죽은 자를 보내드리는 일이다. 조선 예학의 태산북두 사계는 말한다. 장례를 흡족하게 치르지 못하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꺼림칙함이 남는다. 그것이 마음에 두고두고 남아 다른 일조차 손에 잡히지 않게 되어 크게는 가문을 그르치게 되고, 작게는 자신을 그르치게 된다.
이것을 한마디로 요약한 이가 그의 문도 우암인데 목민관은 백성으로 하여금 사람의 도리를 지킬 수 있도록 정치를 해야 한다. 단양군수 황준량黃俊良이 단양군민이 살길이 막막해지자 임금께 상책, 중책, 하책 등 세 계책을 들어 장문의 상소문을 올린다. 그중 하나가 10년 동안 세금 및 부역을 금지해 달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조정에서 14일 동안 갑론을박으로 다뤄졌고, 15일째 되는 날 임금의 비답이 내려왔는데 조선왕조실록 명종12년5월17일 기록은 이렇다. “상소 내용을 보건대 글자 한자 한자마다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하는 정성이 아닌 것이 없어 내가 이를 아름답게 여겨 단양지역의 조세와 부역을 앞으로 10년간 감면한다” 고 말이다.
듣자 하니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2일 경기도가 공공부문만이라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게, 그것도 비정규직 중에서 고용 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비정규직에게, 그것도 일이 더 짧은 단기 일꾼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기로 했다는 말이다. 아! 천지창조이래 이렇게 훌륭한 목민관을 어디서 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