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뼈를 수고롭게 하며 배고프고 핍절하게 만들어 하는 일마다 실패하게 하나니, 이는 그의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성질을 견디게 하여 그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게 하고자 함이다. 아성 맹자가 맹자고자장구하15문장에서 한 말이다.
이글을 읽고 뜻을 세워 공부한 이가 산당서객山堂書客최충성崔忠成(1458-1491)이라는 선비인데 그는 공부로 크게 현달하지는 못한 인물이다. 졸음을 견디기 위해 방에 불도 안 넣고 한겨울을 견뎌 공부했지만 몸은 축나고 병은 심해졌고 중풍까지 맞아서 서른 세 해를 간신히 채우고 생을 마감한다. 그야말로 징글징글한 가난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절딴낸 인생이라 그의 죽음이 그토록 안타깝기까지하다, 할 수 있겠다.
물론 과거 등과 일차 관문인 향시조차 입격을 못했으니 벼슬 했을리는 만무할 터. 일남일녀의 아버지요, 한 여인의 지아비로서 집안을 잘 이끌고 싶은 마음이야 얼마나 간절했으랴마는 그럼에도 하늘은 그를 돕지 않았다. 그의 스승인 한훤당 김굉필은 이렇게 위로하고 격려했다고 그의 문집인 산당집山堂集권3잡설雜說에는 전한다.
뜻을 품은 사람은 끝내는 일을 성취한다<志者事竟成之>. 그러나 그는 뜻을 품었음에도 일을 성취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하늘이 그를 속인 걸까 아니면 맹자고자장구하15문장이 틀린걸까.
어느 시대나 개인의 우수함을 지적 함량과 같은 무게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한 가정의 가장의 무게와 공부의 무게가 서로 충돌할 때 당시의 사회는 공부에 무게를 더 두었다. 공부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서다. 가난한 가정의 가장이 지향하는 가치는 가끔이지만 정치적이면서도 동시에 이념적일 때가 있다.
곧 공부는 개인의 우수함이 아닌 가정이 지향하는 삶에 방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을 실현시킨 인물이 삼성가 선대 창업주 호암 이병철이요, 이 삶에 방점을 찍은 인물이 며칠 전 임종을 맞은 그의 아들 삼성 총수 고 이건희 회장이다.
그가 했다는 말중 하나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이란다. 이 말은 신약성서 예수의 말을 비틀어서 한 말로 가족과 혈연에 대한 그의 성숙치 못한 아집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범부는 예수의 죽음에는 기릴 수는 있어도 그의 죽음에는 각자의 욕망에 따라 부러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