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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예술인과 역사 인물을…
‘용인문화의 약자’로 버려두고만 있을 것인가?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일본의 경제학자 미야모또 겐이치(宮本憲一)는 일본의 고도성장기 거점개발전략이 가져온 폐해를 고발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의 대안으로 자연환경의 아메니티(amenity) 상실에 따른 환경문제를 제기했다. ‘아메니티’란 시장가격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을 포함한 생활환경으로, 자연· 역사적인 문화재·공간풍경 ·지역문화 공동체· 인정 ·지역적 공공서비스· 교통의 편리함 등(미야모또 겐이치, 『환경경제학』, 주민자치연구모임 옮김, 주민자치사, 1944, p.159)이라고 정의된다. 미야모또 겐이치는 1960년대부터 공해의 피해가 ‘생물적 약자’와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생물적 약자’란 고령자, 유아, 기저질환자 등이 있고, ‘사회적 약자’란 저소득층, 노동자, 농민, 어민 등이 있다.

 

아메니티가 중요한 이유는 100만 인구를 돌파한 용인시가 아메니티 상실이라는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심곡서원 ·충렬서원 ·처인성 ·할미산성·보정동 고분군· 한산이씨 음애공파 고택 ·어비리 삼층석탑· 장욱진 가옥 등 문화재, 정몽주· 조광조 ·남구만·유형원·허균·허난설헌 ·박은· 체재공 ·이재· 민영환· 김수환 등 역사인물의 묘지, 김영랑 ·최남선· 박목월· 이하윤·신동엽 ·김용호· 이범선· 양주동 ·이원수· 조정권 ·박완서· 전혜린· 김소진 등 근현대 문인들의 묘지가 용인시 각지에 산재해 있다. 그리고 국어학자 유희, 시인 홍사용 등은 용인에서 태어난 역사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인 문화재·공간풍경과 역사 인물들이 용인시와 용인시의회의 무관심 속에 잊혀지고 있다.

 

평안남도 대동군 출신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 내용 중에 나오는 주인공 일가가 ‘양평’ 읍내로 이사간다는 ‘한마디 단어’에 근거해 양평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황순원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양평군은 경희대학교와 협력해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일원 4만 7640㎡에 ‘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을 조성해 2009년 6월 문을 열었다. 황순원 부부 묘역을 조성하고, 지상 3층 규모의 황순원 문학관을 건립했다. 그리고 징검다리, 섶다리 개울, 수숫단· 오솔길 등 「소나기」의 배경을 재현해 체험장을 조성했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은 문학작품과 문인묘역을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양평군민은 물론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서 거주하다 세상을 떠난 이청준이 살아있을 때 용인시 문화기관장을 만나 용인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이청준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무관심으로 일관해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살아있는 예술인에 대한 용인문화기관장의 자세가 이러했는데 세상을 떠나 땅속에 묻혀 있는 예술인들을 대하는 용인문화기관장들의 자세가 어떠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용인의 문화를 책임지고 있는 용인문화재단 문제로 용인 문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용인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에 대한 용인시와 용인시 문화 관계 기관의 무관심은 하루 이틀만의 일이 아니다. 용인시와 용인시의회는 조례를 만들어서 용인문화재단·용인시도서관 ·용인문화원 등 용인시 산하 문화 관계 기관들이 용인시민이 낸 세금으로 문화사업을 펼칠 때 일정한 범위 안에서 용인시 관내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용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용인문화기관들은 더 이상 용인의 역사 인물들과 용인 거주 예술인들을 ‘용인문화의 약자’로 버려두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용인시와 용인시의회는 용인시 관내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와 문화예술인들의 묘역을 어떻게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잃어버린 ‘용인 문화공동체’를 되찾아 용인시가 녹색도시,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