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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덕은 쌓지 못할망정 죄는 짓지 말아야지!

 

[용인신문] 논어에 공자의 노장사상을 볼 수 있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는데 그중 하나가 논어 태백편에 나온다.

 

“흔들리는 나라에는 들어가지 말며, 어지러운 나라에는 아예 살지를 말며, 정치 질서가 바르게 서면 함께 정치하며, 정치 질서가 깨졌다면 숨어라.” 자신의 몸을 보신하기 위해 은둔하는 것을 꽤 싫어했다는 공자의 말치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자는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고, 그 다음가는 사람은 어지러운 땅을 피하며, 그 다음가는 사람은 임금의 낯빛을 보고 피하며, 그 다음가는 사람은 임금의 말을 듣고 피한다.” 이 또한 논어 헌문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로 저마다 나만이 유일무이한 적임자라며, 대권 등판가도에서 목에 핏대를 올리는 중이다. 어떤 이는 예절의 고향 안동 예안에서 출사표를 던지는가하면 혹자는 자신을 임명해준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어 절딴내겠다며 청요직에 있던 자들이 줄사표와 더불어 출사표를 던졌다. 저들의 면면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는데 대부분 율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검사라느니 변호사라느니 판사라느니 말 만들어도 으리으리한데 문제는 율사라는 것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캐고 들먹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거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과거의 잘잘못을 찾아서 고해성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야말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미래를 향해 오늘을 맡기는 자리다. 물론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우리 문중에 아무개가 대통령 출마했다고’ 그 정도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라고 한다면 십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그릇이 되느냐에 의문의 방점이 있다는거다.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행실이 올바른 이를 본다면 그가 비록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배웠다 하겠다.”고. 고전공부를 학유와 행유 과정을 마치고 통유과정 쯤 이르면 체화體化라는 말을 공부하게 된다. 체화의 자구적 의미는 ‘몸으로 득한다’쯤 되지만 의미가 주는 함의는 다르다. 곧 책에서 얻은 지식은 몸으로 얻은 지혜에 한참 못 미치는 하수下手라는 말이다. 훌륭한 정치가는 백성의 숨소리만 들어도 그가 뭘 원하는지 알며, 어리석은 정치가는 백성이 원성을 해도 욕인 줄도 모르고 달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