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가을 옷을 입은 나뭇잎들이 바람과 바람 사이로 떨어진다. 바람과 바람 사이. 문득 1과 0 사이라는 더킹의 대사들이 떠올랐다. 얼른 노트북을 켰다. ‘사이’라는 키워드로 한 줄 한 줄 글을 엮어본다. 봄과 여름, 여름과 가을, 가을과 겨울 또 봄과 여름… 그렇게 되뇌고 되뇌다 존재할 것 같은 1과 0 사이의 세계에 나를 밀어 넣고 각 계절의 정류장에서 멈칫한다. 일상이 멈추고 세상이 멈추었다.
우리는 정지된 시간 속에 각자만의 열정으로 세상을 버텨나갔다. 예고도 없이 침범한 어두운 그림자는 곁에 뒤엉켜 쉽게 놔주지 않았다. 함께 담을 쌓은 지도 네 번의 계절의 지났다. 그 속에서 전등을 밝히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뜨거운 여름, 쓸쓸한 가을을 지나 차가운 겨울의 정류장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봄 - 온 누리에 초록의 빛이 물든다. 메마르고 스산한 땅에 새싹과 봉오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혹독한 추위를 견뎌온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내일을 선사한다. 젊음의 열정은 겨울과 봄의 정류장을 지나 여름을 향해 달린다.
여름 - 코로나19가 끊임없이 쏟아 내린다. 뜨거운 태양 아래 바짝 마른 식물들처럼 시원한 물줄기를 맞이하길 기다린다. 비대면(untact)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고 서로가 단절된 인간의 삶에 바람이 되고 햇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열린다. 상생과 공존이 현재 삶을 버텨나갈 수 있게 해주는 열쇠이다.
가을 - 3월에 뿌리가 뻗기 위해 씨앗을 뚫고 나오는 생명의 열정이 뜨거운 태양을 지나 그 열기를 식혀 차가운 기운을 만들어 낸다. 반복되는 생이다. 열정이 수그러들기도 현실의 답답함이 거인이 되어 덮치기도 한다. 하지만, 오색빛깔 단풍의 풍경처럼 ‘꿈’과 ‘희망’, ‘함께’라는 단어가 정지된 삶을 요동치게 한다. 조금은 쓸쓸하지만 화려하다.
겨울 - 봄의 꽃은 뺨을 붉히는 연분홍으로 세상에 뿌려지고, 여름의 초록은 싱싱함으로 공기의 물결을 만들어 낸다. 온통 붉은 가을은 감정 사이에서 희로애락을 만들며, 하얘지는 겨울 세상은 삶의 시작에 윤슬이 되어 파동을 일으킨다. 서로가 흑백의 삶에 색색이 숨을 불어넣어 추위를 버틴다.
곧 첫눈이 내릴 것이다. 소복 쌓인 하얀 눈은 추위와 움츠려졌던 삶에 희망의 무게를 쌓아놓는다. 이제는 낯설었던 제약에 대한 답답함의 감정이 익숙하다. 흔들린 삶의 균형을 정돈한다. 한 해를 돌아보고, 성찰하며 다음 해의 스스로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위드 코로나. 인고의 시간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다 보면 파릇한 시작이 찾아올 것이다. 출발선에 선 그때의 우리는 한층 성장해있을 거라 확신한다. 견고한 뿌리를 지닌 나무는 어떤 소용돌이를 겪어도 무너지지 않으며 목적지 없이 출발한 버스도 종착점은 있기 마련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