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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정치는 백성을 편안히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용인신문] 소문난 잔치 망건 팔더라고? 지금 강호는 차기 대권을 누가 거머쥐느냐로 생난리가 났다. 이제 팔 십여 일만 지나면 누가 되는 그중에 한 명은 대통령이 된다. 남아로 태어나 나이가 스물이 먹도록 나라를 평하지 못한다면 후세에 누군들 나를 남아라 하겠는가. 이십 중반 나이에 느닷없는 모함으로 비명에 횡사로 남이장군이 썼다는 시구인데 이게 어찌 스물 갓 지난 약관 선비의 붓끝에서 나온 경구라 하겠는가. 그야말로 으리으리한 호연지기라 하겠다. 이십 대 중반 나이에 병조판서를 지냈다는 남이南怡로 말할 것 같으면야 17세에 무과 장원급제하고 이시애의난을 평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썼다는 북정가. 예종 원년 1468년에 역모로 간신배들의 낡은 것은 없어지고 새것이 펼쳐질 징조라는 제구포신지상除舊布新之相에 죽어갈 때까지 숨 가쁜 일생이었으리라. 조선 개국공신 전 영의정 남재南在의 현손이요 태종대왕의 부마인 의산군 남휘南暉의 손자요 아버지 군수 남빈에 이르기까지 왕족 대우를 받았다 하니 그야말로 조선사에서 몇 안 되는 명문 중의 명문의 손이다.

 

어디 이뿐이랴 한명회. 신숙주. 권람. 수양대군 3걸로 불린다는 그중 장인이 권람이라는 데야. 그러나 일찍 피는 꽃이 빨리 진다 했던가. 그럼에도 그의 삶에 후한 점수를 주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 비겁한 삶을 살다 가지 못해서일까. 않아서일까. 맹자 등문공은 이렇게 말한다. 부귀를 가졌음에도 썩어지지 않으며 가난에 처했음에도 포부를 버리지 않으며 권력과 무력에도 굴하지 않는다. 주자의 제자 채침의 말로 전해지는 말 중 하나를 풀어쓰면 나는 현실주의자다. 그러나 가슴 한쪽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갖고 있다. 그게 무엇이든 옳지 않다면 하찮은 것일 찌라도 그것은 두려운 게 맞다. 옳다면 그것이 천군만마의 적이 몰아온다 해도 결코 두려운 게 아니다. 이게 바르게 살아온 백성들의 마음이다.

 

본시 하늘은 능력이 기회를 부른다 했다. 공자는 벼슬이 없음을 근심할 것이 아니라 그 벼슬자리를 감당해낼 능력이 안 됨을 근심하라. 했다. 여기서 벼슬자리는 위位를 쓰는데 위位는 두 개의 해석을 갖는다. 논어헌문에 따르면 내 몸만 편하게 하느냐 아니면 백성을 편하게 하느냐이다. 여기서 정치의 요체가 나온다. 내 몸만 편할 정도의 역량이면 그런 자는 정치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