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이 연재를 마치게 됐습니다. 항상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피사체들.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그 순간이 왈칵 쏟아집니다. 참기 힘든 눈물처럼. 무수했던 말들이 공중에 흩어지지 않기를. 또 어느 곳에 깃들기를 바랄뿐입니다. 감사했습니다.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눈을 좋아하는 사람도 눈을 싫어하는 사람도 하얀 눈이 쌓인 풍경은 아름다웠습니다. 눈이 오는 날 무작정 경전철을 타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백암가기 전 미평리란 마을 안에 약사여래상이 있습니다. 20여년 전 대학교 때 멋 모르고 갔을 때는 참 못생긴 부처가 여기 있구나 했었습니다. 다시 찾아간 그 곳에는 까치가 둥지를 틀고 있었고, 그 때에는 느끼지 못한 텁텁하고 푸근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한쪽 손에 약병을 들고 미소 짓는 여래의 마음에 닿게 되면, 모든 상처와 아픔을 내어놓고 엉엉 울고만 싶어집니다. 종교를 넘어 한 없이 크고 넓게만 보이는 미소 였습니다.
고림초등학교 3학년 민윤지 학생에게 벌써 2년 전이구나. 너의 그림을 본지. 어느 학생 공모전에서 우연히 본 그림은 단숨에 소로우가 그린 어느 오두막으로 데려갔구나. 집이 모두 비춰지는 호수와 손으로 애써 지은 듯한 붉은 집, 거칠고 자유분방한 푸른 나무들. 그림을 볼 때 마다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졌다. 그래 내가 살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예술은 이렇듯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오랫동안 기억되는 거란다. 부디 자유롭고 순수한 마음 꼭 간직해서 훗날 전시회장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해 봐도 되겠지.
살풀이는 우리 문화의 근원, 한에 대한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어느 고택에서 우연히 보고는 한동안 춤에 빠져 넋을 잃고 보았다. 춤이 끝난 후 감사했다는 말을 하다 보니 일본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풀이춤이 좋아 이곳까지 와서 배운 일본인. 세계화와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뿌듯하기도 하였지만 집에 오며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 안작가 후배들은 큰소리로 OO고교 수능 대박을 외쳤고, 수능을 보러온 학교선배에게 따뜻한 초콜릿음료를 건넸다. 음료를 받고 고사장으로 무심히 올라가던 여느 선배와는 달리, 이 학생은 너희들 몇 명이냐며 물었다. 책가방과 도시락가방을 내려놓고는 그 안에서 무엇을 꺼내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수고가 많다며 아침에 누군가에게 받았는지 초콜릿 한 상자를 건네주었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수고하라며 고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 학교는 내 모교였는데 내 모교 후배가 나를 순간 부끄럽게 만들었고, 시험결과를 떠나 나보다도 몇 개의 관문을 통과한 멋있는 청년 같았다. 한동안 그 후배의 마음이 마음속에 남아 떠나질 않았다. 우리아이도 공부 잘하고를 떠나서 저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자랐으면 싶었다.
이제 올 한 해도 두 달 가까이 남았다. 나무에 달린 탐스런 감을 보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 한 해를 시작하며 여러 일을 계획하고 노력해 왔다. 정신적인 결실과 물질적인 결실 모두 주렁주렁한 한 해였으면 두 말할 나위 없겠지만 인생이 그렇게 순탄하면 재미없지. 문득 많은 즐거웠던 기억들이 바로 한 해에 얻은 결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요즘 신문을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볼뿐 종이에 활자화된 신문을 본다하면 너 돈많냐는 핀잔을 듣는다.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신문을 왜 사서보냐는 말이다. 공직에 있는 누구 애인의 숨겨둔 자식같은 알고 싶지도 않은 글들을 무심코 들여다보고, 노장배우의 30살 어린 연하커플 소식, 오늘은 류현진이가 잘 던졌는지 검색하게 된다. 현재 중요한 사회적인 사안은 보이질 않으니 굳이 찾아보지도 않는다. 점점 이성과 감정이 얇고 한없이 가벼워진다. 그러던중 저 분을 보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우리 종이신문 좀 봅시다.
참 보고 싶지 않습니다. 떠들썩하는 일련의 모습들 빅브라더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순간들 세상이 만만하다 생각한 인생은 순간 만만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찌든 때는 물론 표백에서 살균까지 해줍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을 하늘빛이 맑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