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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무법자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한반도 핵 억제 정책을 한미 공동으로 펼치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합의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발표하는 대변인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정부의 외교정책이 심각하게 미국에 경도된 것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삼성과 SK의 중국 현지법인에 대해 반도체 기술을 중국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견제하는 것으로 압박을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전지(電池) 분야에도 압박을 가해 삼성과 LG가 미국에 생산공장을 세운다는 굴복을 강요당했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지침까지 제시했다. 한국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 이런 황당한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의 협박에 전전긍긍하며 알아서 기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이전한다고 치자. 미국은 믿을 수 있는가? 중국은 자력으로 반도체 기술육성에 집중투자 한다면 수년 내에 한국을 추월할 저력이 충분한 나라다.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시장에 10년도 넘게 투자하여 설립한 한국 현지법인은 미국의 요구에 응하는 순간 공중분해 된다. 삼성과 SK는 국내 1-2위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압박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적인 면에서만 초강대국이고 패권국가이지 산업자본에서는 2등 국가에 불과하다.

 

미국은 1944년 자신이 세운 브레튼우즈체제(금본위제도)를 1971년 닉슨 행정부가 달러 본위제로 바꾸었다. 달러 본위제는 자유무역의 토대가 되었고, 이 바탕 위에 미국은 1980년대 세계화를 내세우며 세계 경제를 금융독점자본주의 체제로 재편하였다.

 

미국은 금융을 통해 산업을 지배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체제를 WTO(세계무역기구) 가입국에 강요하였다. 미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산업을 중국으로 이전하여 생산기지로 활용해왔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최대의 산업국가로 발전했고, 미국은 금융을 장악하는 기형적인 경제구조가 되었다. 미국의 국가 GDP에서 금융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금융의 GDP 비중이 높다는 것은 소수의 자산가만 소득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자 제조업 노동자들의 소득은 줄어 최상위 1%에 돈이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극도로 심화된 것이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통화량을 대폭 늘리는 것으로 발등의 불을 끈 미국경제는 다시 제조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보호무역 강화로 나타난 제조업 중흥정책은 이미 때가 늦었다. 제조업 강국이 되려면 우선 금융독점 체제를 산업자본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 현재의 미국 금융독점체제에서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금융독점자본은 바이든 행정부를 앞세워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가채무 한도액은 원화로 환산하여 4경 2000조 원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35조 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채무가 한도를 초과하자 증액시켜 달라고 연방의회에 요구했다. 의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증액 요구를 즉각 처리하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야 한다. 연방정부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처지가 이러한데도 여전히 최강대국의 위치를 고수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독점자본의 볼모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미국정치가 금융권력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110년 전인 1913년 중앙은행을 소수의 유대 가문에게 빼앗긴 나라가 아메리카합중국이다. 이제 미국은 저물어가는 석양(夕陽)의 무법자(無法者) 신세가 되었다. 군사력을 빼면 내세울 것 없는 석양의 건맨으로부터 다른 놈이 때리면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다. 상대는 때릴 의사도 없는데 지레짐작으로 때릴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엄살이고 과잉 대응이다.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