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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의 유해도 카자흐스탄으로 돌려보내라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2년 전 광복절 카자흐스탄에서 유해가 봉환되어 대전 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서 영면에 드신 홍범도 장군의 영혼이 잠 못 이루고 있다. 친일이 훈장이 되고 항일은 시대에 역행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구태로 매도되는 조국의 모습을 보기 위해 철천지원수 일제와 싸웠는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해도 해도 너무한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밝혔다는 뉴스보도를 봤다.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철거된 자리에 맥아더 흉상을 설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홍범도 장군이 소비에트연방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 때문이라고 한다.

 

장군은 1895년 명성황후가 일제에 시해된 을미사변(乙未事變)이 일어나자 포수가 되었다. 이후 의병 활동에 투신하여 일생을 독립운동에 몸 바쳤다. 장군은 1937년 스탈린의 조선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여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다 해방되기 2년 전인 1943년 이국땅에서 작고하였다. 장군이 고국을 떠나 항일운동의 근거지를 만주와 연해주로 옮긴 것이 1908년, 장군의 유해는 무려 113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장군에 대한 시비가 소비에트공산당에 가입한 전력 때문이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가입과 좌익 경력도 문제 삼아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군에 침투한 좌익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체포되어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졌던 전력이 있다.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로 창씨개명하고 만주 군관학교를 거쳐 일본 육사 본과에 편입하여 임관되었고 관동군 정보장교로 복무한 전력이 있다. 홍범도 장군의 소비에트공산당 가입이 문제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익전력은 정부 수립 이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더 중대한 문제다.

 

항일 독립운동을 한 지사들에게 사회주의 경력을 문제 삼으면 최소한 80%가 포함된다. 민족주의 계열보다 사회주의 계열이 독립운동에 더 많이 투신했던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정답이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도 부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외교관계를 수립했던 유일한 국가는 소비에트연방(USSR)이기 때문이다. 당시 소비에트연방은 상해임시정부를 조선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독립축하금으로 20만 루블을 지원하였다. 당시 20만 루블은 40만 달러에 상당하는 거금이다. 항일운동에 대해 무엇을 주장하려면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서 말하는 것이 순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한민국 역대 총리 중 단 4명에 불과한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총리다. 이 정부 사람들이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면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육군사관학교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흉상을 설치한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대주의에 찌든 것이다. 맥아더는 히로히토(裕仁) 일본 천황과 황족들에게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면죄해준 인물이다. 뿐만아니라 강제징용에 앞장섰던 전범 기업도 단죄하지 않았다. 맥아더가 특급 전범인 히로히토를 사면함으로써 일제 식민통치의 만행도 묻혀버렸다. 한국전쟁에서 유엔군 사령관으로 세운 공로가 있다 해도 항일 독립운동가를 대체하고 그 자리를 차지할 만큼 대단하지 않다. 이렇게 막 나가려면 차라리 장군에게 서훈 된 건국훈장도 박탈하고 유해도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되돌려 보내자고 해라. 장군의 영혼도 친일 경력이 훈장이 되어버린 고국 땅에 불안하게 누워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친일(親日)해도 좋고, 일제강점기 부역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어도 좋다. 그래도 넘으면 안되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 장군이 부인과 두 아들을 조국 광복의 제단에 바치면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일 때 그대들의 조상은 무엇을 했는가? 그것이 궁금하다. 홍범도 장군도 친일을 해야 대접받는 고국이라면 차라리 타국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공동묘지로 돌아가시고 싶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