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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혐오 부추기는 정치 현수막… 시민 ‘눈살’

영업용 현수막 형평성·교통안전 우려에도 ‘난립’
도 시장군수협, 정치 특혜조항 삭제 ‘공동결의문’

[용인신문] “TV 뉴스에서 보는 것도 피곤한데, 지나다니는 도로 곳곳에 붙은 정치 현수막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지난 12일 처인구 명지대학교 사거리에서 만난 시민 박 아무개씨의 말이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정치 현수막은 지난해 12월 현행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 더욱 극심해졌다.

 

당초 옥외광고물법은 지정 게시대 외의 모든 현수막을 불법으로 규정, 과태료 부과 및 강제철거 대상이었지만 지난 2022년 6월 여야가 법을 개정하면서 12월부터 시행됐다.

 

개정 법령은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 사항에 대해 광고물을 표시·설치하는 경우 금지 제한 시설인 교통신호기, 전봇대, 가로등, 가로수 등에 허가나 신고 없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때문에 각 정당에서는 경쟁적으로 정치 현수막을 내걸고 있지만, 정책적인 것 보다는 상대 정당에 대한 비난 등의 내용이 중심이 돼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여야 중앙당이 시·도당에 하달하는 현수막 시안 개수는 개정 옥외광고물법 시행 후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법 시행 이전 6개월(2022년 6월 10일~12월 10일)간 16번, 법 통과 이후 6개월(2022년 12월 11일~2023년 6월 11일)간 27번의 시안을 배포했다.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도 18번에서 25번으로 늘었다.

 

정치 현수막 난립에 대한 비난과 교통사고 유발 등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각 지자체는 자체적인 조례 마련 등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벽에 부딪힌 상태다.

 

여야 중앙당이 개정한 옥외광고물법 상 합법인 데다가, 지자체장들 역시 정당 소속이다보니 뾰족한 묘수가 나오기 어려운 것.

 

특히 거리에 무질서하게 붙은 정치현수막들이 도로법상 점용허가 대상이지만, 대부분 점용허가 없이 무단으로 게재하고 있음에도 계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치신인 진입장벽

무분별하게 내걸 수 있도록 허용된 정치현수막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더 많은 현수막을 붙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야 중앙당 차원에서 마련한 정치 현수막 허용이 기존 정치인들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 도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 신인들이 기존 정치인에게 도전할 수 있는 의지를 꺾어버리고 있는 것.

용인지역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정치인은 “지역 내 정당 관련 직함 등이 없는 탓에 각 위원장들처럼 본인 이름을 내건 현수막을 내걸 수 없다”며 “정치 신인들이 현실정치에 진입할 수 없게 만드는 장벽 중 하나가 바로 정치현수막”이라고 말했다.

 

△ 김윤선 의원 “정치 현수막 도로점용 허가 대상 … 모두 불법”

이렇다 보니 지역정가 내에서도 난립하는 정치현수막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용인시의회 김윤선 의원은 지난 8일 제275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정당현수막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용인시는 불법 광고물 정비에 2022년 기준 13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3개 구청 26명의 정비인력이 80여 만장의 불법 광고물을 정비했고, 불법 현수막에 부과된 과태료만 16억 7000만 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불법 현수막 단속 실적을 분석해보면 대부분이 영업용으로, 정당이나 정치인 등이 내건 불법 현수막에 대해서는 단 한 건의 과태료 부과도 없었다”며 “상업용 현수막에만 16억여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정치 현수막들에 대한 행정지도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김 의원은 “현행 도로법 제61조 규정에 의하면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도로관리청의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고, 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은 표지판과 깃대, 현수막 등으로 규정 돼 있다”며 “도로점용 허가 없이 설치한 모든 현수막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일 시장도 행정안전부 시행령을 통한 규제와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지난 13일 오후 안산시 안산문화재단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민선8기 제4차 정기회의에서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과 정치인은 현수막을 마음대로 걸 수 있게 됐지만, 상대 정당 등을 공격하는 내용의 저급한 표현과 비난이 현수막에 마구 게재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철거해 달라는 민원도 쇄도하고 있다”며 “국회가 옥외광고물법의 정당 현수막 관련 조항을 폐지하도록 협의회에서 공동결의문을 발의하자”고 건의했다.

 

이날 도 시장군수 협의회는 옥외광고물법의 정당 현수막 특혜 조항 폐지와 그에 앞서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을 통해 정당 현수막 난립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 정부에 전달했다.

 

수지구 풍덕천동 로양스포츠센터 사거리에 붙어있는 정치현수막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