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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시론]서민 보듬는 ‘민생정치’를 보고 싶다

송우영 한학자

 

[용인신문] 주머니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쉽게 말해서 털면 먼지는 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작심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랴. 그러하기에 그쪽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할 거 없이 들쑤시면 걸리게 마련이다.

 

역사가 이런 사실들을 종종 증명하기도 한다. 눈 어둡고 숨이 턱까지 막히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지금이라고 그때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법의 나라에서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여 형벌 집행을 감독하는 사법관인 검사檢事는 갑중에 갑이다. 그 검사들의 수장인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안녕은 하신가? 그것이 무엇이든 이미 되어버린 일은 되돌리 수가 없으니 죽으나 사나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중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의 삶이 있다. 서민이 원하는 것은 그럴싸게 심오한 그 무엇이 아니다. 내 집 넘겨다보는 이 없이 그저 세 발 장대 가지랭이 걸림세 없는 배부르고 등따습고 다음 날 아침이면 가야 할 일터가 있고, 일 마치면 돌아갈 집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무지개 끝에나 달려있을 법한 금항아리를 가져다 달라는 것도 아니다. 어제를 집착하지 아니하고, 내일을 걱정하지도 아니하는, 오로지 오늘이 행복한 삶을 사는 일, 그 정도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더냐.

 

국민, 그중에 특히 서민의 삶이 어려운 것은 임금님도 어쩌지 못하다는 말로 정당화하기엔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다수의 서민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정치는 외면될 수밖에 없고, 지탄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대통령 내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외유 중이다. 물론 이를 대통령으로서의 통치행위라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서도, 보기에 따라서는 저들의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랄 수밖에. 서민을 보듬고 서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가끔은 서민을 돌아보는 의무와 절제도 필요한 법이다. 여당 야당 할 거 없이 서민을 거두지 않는 순간, 저들은 이미 길을 잃은 것이다. 물론 저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다수 서민의 시선은 그렇다는 거다.

 

제 1야당의 당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에 육박하는 단식을 마친 바 있지만 그 단식으로 얻어진 전리품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실 야당이라는 것은 그 존재 목적이 여당을 견제하고, 때로는 압박을 통한 협치로 여당으로 하여금 서민을 위한 정치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단식 후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한 용산 대통령관저의 답변 또한 서로의 온도 차만 확인하는 데서 그쳤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아닌 정치인 대통령으로서 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의원이 단식을 한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는 그간 당 대표를 하면서 자당 의원들의 면면을 지켜봤을 것이고, 느꼈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더불어민주당은 희망이 없으리라는 것을.

 

여기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말이 좋아 단식이지, 밥 굶는 거 외에는 달리 뾰족한 뭔 수가 있었으랴. 더군다나 다수의 서민이 체감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입으로만 지갑이 얇은 서민을 위한다며 외치고 있지만, 몸은 자꾸 지갑 두꺼운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어찌 모르랴.

 

작금의 정치인은 늘 이런 식이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돌이킬 수 있을 때 빨리 돌이켜야 한다.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오기가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선거 때 만 되면 한 표를 얻기 위해 못할 말도 안할 말도 없다지만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민의 안녕은 맨 뒷전으로 밀린다. 대한민국 상위 몇 프로를 제외한 모두는 서민이거늘, 서민을 위한 정치를 내놓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선택과 지지를 받아내기 곤란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