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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시론]기후변화와 덩굴식물의 내습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

 

[용인신문] 1966년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가 기후변화(climatic change)를 정의하고 나선 이후로 기후변화 문제는 전지구적 관심사가 되었다. 기후변화가 숲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는 숲이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구 기온의 상승은 숲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풍과 폭우와 같은 기상 이변은 숲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기후변화 못지 않게 숲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덩굴식물(climbing plant)이 있다.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싸거나 달라붙어 자라는 속씨식물인 덩굴식물 가운데 칡덩굴, 환삼덩굴, 그리고 가시박이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덩굴식물들은 나무를 감고 올라가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나무를 말라 죽게 한다.

 

칡덩굴은 광합성을 못하도록 나무를 덮어, 말라 죽게 하기 때문에 다른 덩굴식물보다 숲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준다. 산림청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1년 칡덩굴이 숲을 내습하여 점령한 면적이 4만 5000ha였다. 칡덩굴은 숲을 내습하여 3~4년 안에 숲 수십m²를 황폐화시킨다. 특히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식물의 하나인 환삼덩굴은 숲 주변, 농경지 주변, 하천 주변, 도로 주변을 가리지 않고 내습하여 숲을 병들게 하고 있다. 숲 생태계를 파괴하는 환삼덩굴은 알러지를 일으켜 인체에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번식력이 매우 뛰어난 가시박은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고 불릴 정도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으로 2009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 호박 줄기와 비슷하게 생긴 가시박 줄기는 주위로 줄기차게 뻗어나가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 호박잎과 비슷한 가시박 잎으로 덮어 나무들을 말라 죽게 한다.

 

덩굴식물이 용인특례시의 도시숲을 내습한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덩굴식물이 용인특례시의 도시숲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용인특례시 당국자들이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43만 6077명(2023년 6월 현재)의 시민이 살고 있는 기흥구를 관통하는 동백죽전대로 주변을 살펴보면, 곳곳에 덩굴식물이 내습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동백동 호수마을 영동고속도로 아래의 도로변, 법화터널과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주변 구간의 도로변, 청덕동 청덕아파트단지와 동백동 두산위브더제니스아파트단지 사이 녹지에도 덩굴식물이 내습하여 점령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동백동 참솔마을 월드메르디앙아파트단지와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에 이르는 구간의 인도 주변에 환삼덩굴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동백죽전대로 주변 도시숲만 덩굴식물이 내습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처인구와 수지구 곳곳의 도로변과 도시숲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덩굴식물이 용인서울고속도로 진출입로 주변, 포곡읍 마성리 영동고속도로 진출입로 주변, 42번·45번 국도 진출입로 주변도 예외 없이 내습하고 있다. 도로 주변과 도로 진출입로 주변을 덩굴식물이 내습하여 점령하게 되면, 주위의 도시숲이 황폐화 되는 것은 물론 이정표를 가려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덩굴식물의 내습으로 인한 용인특례시 도시숲의 황폐화는 용인시민 각자의 인간성의 황폐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용인특례시의 도시숲은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고 있는 도시숲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로 덩굴식물의 내습을 막아 도시숲을 지키는 일이 용인특례시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용인특례시 당국자들은 덩굴식물의 내습으로부터 도시숲을 지켜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