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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변했다… 우리도 변해야 산다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 말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한 것이다.

 

헨리 키신저는 닉슨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고 포드 행정부에서 제56대 국무장관을 맡아 1970년대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헨리 키신저는 미-소 ‘전략무기 제한협정’(SALT), 미-중 국교 수립, 베트남 전쟁 종결 등을 주도하여 20세기 냉전 시대를 데탕트(Detente/해빙)의 시대로 전환한 외교적 업적을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 담판을 통해 매듭짓겠다고 밝히면서 유럽의 정상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영국·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EU에 ‘전쟁을 계속하고 싶으면 미국은 빠질테니 EU 혼자 하라’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전쟁 지원을 요구하는 젤렌스키에게 “그동안 미국이 지원한 전쟁 비용 3000억 달러(약 430조 원)를 희토류로 갚으라”고 통보하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

 

베센트 재무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 목적은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로 추정되는 희토류를 미국이 그동안 지원한 전쟁 비용으로 대신 받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미국·러시아 관계 회복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했다. 지난 2월 18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차 고위급 회담을 열고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를 해제하고 조속히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리야드 회담에는 EU와 우크라이나를 배제시켜 우크라이나 전쟁은 트럼프와 푸틴이 톱다운방식으로 해결한다는 트럼프의 해법이 100% 반영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USAID(미국 국제개발처)를 사실상 해체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방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관세를 앞세워 동맹국을 압박하면서 미국을 다시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플랜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과 글로벌리스트 네오콘이 일으킨 것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백해무익한 전쟁으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가 전쟁을 지속시켜 정권을 연장하려고 하자 트럼프는 당장 전쟁 비용을 갚으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유럽의 언론은 ‘트럼프의 요구는 베르사유 조약보다도 더 가혹한 것이다’고 경악하고 있다. 제1차 대전에서 독일·오스트리아·오스만제국에 연합국이 요구한 배상금은 도저히 패전국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동맹국이 전쟁배상금을 갚지 못하자 연합국은 오스만제국을 해체하여 석유 자원을 독차지하고 독일의 산업을 접수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희토류는 사실상 전쟁배상금의 성격을 갖고 있다. 더욱이 개발이 가능한 희토류의 80%는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지역에 매장되어 있다. 즉 실질적인 지배권이 러시아에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푸틴과 담판을 통해 희토류를 공동으로 개발하여 미국과 러시아가 사이좋게 나누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와 거의 합의한 이스탄불 평화협정을 파기하고 전쟁을 선택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는 100년 전으로 후퇴하고 젤렌스키는 머잖아 몰락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미국인들은 일단 제조업 강국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의 MAGA는 독단적이면서도 혁명적이다. 트럼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글로벌리스트 네오콘에게 전면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화해하면 EU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당장 우리나라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가 당면한 외교적 과제가 되었다.

 

한국의 뉴라이트는 러소포비아와 혐중(嫌中)정서를 조장하면서 미국·일본·EU에 몰빵하는 이른바 가치 외교 노선을 고수해왔다. 트럼프는 뉴라이트의 기대와 달리 단극체제를 청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다극체제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 다극화시대에 러시아와 중국은 당연히 포함되지만 EU와 일본의 몫은 부스러기밖에 없다.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당장 그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