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5 (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반딧불이 살아야 용인 환경이 산다

 

용인신문 | 용인시는 오랫동안 ‘난개발’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도시의 양적 팽창 과정에서 생태 환경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반딧불이가 용인의 새로운 환경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다.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은 운학천 일대에서 수로를 정비하고 가로등에 빛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실제 애반딧불이 개체 수를 늘리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들의 성공은 반딧불이 복원이 구호가 아닌, 시민의 의지와 실천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의 역할은 단순한 환경 보호 활동을 넘어선다. 이들은 정책이 미처 닿지 못하는 현장에서 문제점을 먼저 발견하고, 과학적 데이터와 시민 참여를 통해 해결 가능한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향후 이들이 축적한 현장 데이터와 경험은 시의 공식적인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과 시민을 잇는 가교이자 정책의 실효성을 감시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반딧불이가 중요한 환경 정책 지표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유충 단계에서는 깨끗한 수질과 오염되지 않은 토양이 생존의 전제 조건이다. 또한 성충은 빛 공해에 극도로 민감해 번식에 어려움을 겪는다. 즉, 반딧불이의 존재 여부는 그 지역의 수질, 토양, 빛 공해 수준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바로미터라 할수 있다.

 

반딧불이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환경지표에 머물지 않는다. 콘크리트와 인공조명 속에서 자란 도시의 아이들이 볼 때 스스로 빛을 내는 살아있는 생명체는 가상현실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신성한 충격’일 수 있다. 어쩌면 자연과의 첫 교감일 것이다. 동시에 기성세대에게는 유년 시절의 오염되지 않은 밤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매개체일 것이다. 이처럼 반딧불이는 세대 간의 단절을 넘어 자연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소통하게 만드는 생태 문화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용인시 역시 길업습지 등 일부 지역에서 서식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별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반딧불이 서식지를 복원했음에도 주변에 빛 공해와 오염원이 사라지지 않아 ‘고립된 생태 섬’으로 전락한다면 도로 아미타불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길업습지의 경우 복원 계획이 있으면서도 주차장에는 습지 안내 광 네온사인이 밤늦게까지 켜져 있다. 이런 세세한 부분부터 개선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반딧불이 복원 사업은 용인시가 도시 전체의 환경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 사업을 단발성 생태 이벤트가 아닌, 도시 전역의 광공해 관리 기준 수립, 친환경 농법 확대, 생태계를 고려한 하천 정비 방식 도입 등 종합적인 정책 변화로 연결시켜야 한다. 용인시가 ‘난개발 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지속가능한 생태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바로 이 지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