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2025년 을사년(乙巳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됩니다. 훗날 역사가들은 2025년을 대한민국 운명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로잡은 ‘대전환의 해’로 기록할 것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정상적인 비상계엄은 우리 사회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비록 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저항으로 불과 한나절도 안 돼 계엄은 해제되었지만, 그 밤이 남긴 상처와 내란 세력의 준동은 끈질겼습니다.
다행히 헌법을 유린한 권력은 탄핵이라는 준엄한 심판을 받았고,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는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우려는 국민의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세력들은 여전히 거리 곳곳에서 부정선거를 운운하며 시위를 벌이고, 분열과 혐오의 언어로 새 정부를 흔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3년간 헝클어졌던 정치, 경제, 행정의 질서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독단과 불통의 상징이었던 용산 시대를 마감하고, 대통령실이 며칠 전 다시 청와대로 복귀했다는 소식은 상징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단절되었던 역사와 소통의 복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우리의 삶속에 깊이 들어온 ‘인공지능
거대한 정치적 격변과 함께, 올 한 해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든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AI(인공지능)’입니다. 2025년은 그야말로 AI 시대의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 그동안 언론인으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분주히 활동하며 살아왔습니다만, 새해부터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추가할까 합니다. 모두 AI 덕분입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세상입니다. AI 덕분에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는데 역설적이게도 삶은 더 바빠졌습니다. 편리함이 가져다준 여유를 누리기보다는, 그 편리함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속도의 경쟁에 내몰린 탓일까요? 이미 눈치채신 독자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2025년 신년호에서 암시한 것처럼 용인신문의 기사와 이미지들도 AI와의 협업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지금 여러분이 읽고 계신 이 송년사 또한 마지막 탈고 과정에서 AI에게 교정과 교열을 맡길 생각입니다. 기계가 인간의 감성을 다듬어주는, 참으로 ‘웃기고도 놀라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 지방선거 앞두고 현수막 홍수… ‘희망의 선택’ 기대
정치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합니다.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일찌감치 불 꺼진 상가와 거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빈부 격차는 이제 상상조차 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거리에는 벌써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부터 내걸린 수많은 정치인들의 새해 인사 현수막을 보며 용인특례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교육감 선거까지 겹쳐 내년 한 해는 더욱 소란스럽고 정신없을 것입니다. 부디 그 수많은 약속과 구호들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민생을 살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우리 용인시와 대한민국에 진정한 ‘희망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용인시민 여러분, 그리고 애독자 여러분.
2025년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회복’과 ‘AI 문명으로의 진입’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올 한 해 우리가 겪은 시련은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 아님을, 그리고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이제 며칠 뒤면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습니다. 격동의 2025년을 역사 속에 갈무리하며, 애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2026년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