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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위한 ‘반도체클러스터’인가?

 

용인신문 | 최근 용인시 주요 도로변이 ‘반도체 클러스터 사수’를 외치는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정부의 균형발전 논리에 맞서는 시민들의 결기는 이해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불안감에 휩싸여 외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정작 우리는 내부에서 진행 중인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공장을 뺏기는 문제가 아니라, 공장이 가동되어도 경제적 과실(果實)이 용인이 아닌 밖으로 흘러나가는 ‘역외 유출’ 현상이다. ‘반도체 수도’라는 타이틀이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우려는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 처인구 원삼면 SK하이닉스 건설 현장이 이를 증명한다. 현재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한창이지만, 일과가 끝나면 수천 명의 현장 인력은 썰물처럼 용인을 빠져나간다. 이들이 가는 곳은 이미 주거와 상권이 완비된 인근 평택이나 동탄이나 인접한 이천, 안성 등지다. 용인 관내에는 이들을 수용할 넉넉한 공간도, 삶을 영위할 생활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반 시설이 선행되지 않은 개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원삼면은 미리 보여주고 있다. 인접 도시의 잘 갖춰진 인프라가 용인의 노동력과 소비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이 ‘빨대 효과’를 우리는 뼈아프게 직시해야 한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의 지적처럼, 향후 남사읍 국가산단과 동탄 2신도시가 도로(터널)로 연결되면 두 도시 간 물리적 장벽은 사라진다. 이때 용인이 매력적인 정주 환경을 갖추지 못한다면, 삼성 반도체 현장은 행정구역만 용인일 뿐 실질적인 생활권은 인프라가 완성된 인근 도시로 종속될 공산이 크다.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의 준비 부족이다. 용인시는 반도체 생산에 수반되는 화물 트래픽, 전력 및 용수 공급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응당 그에 상응하는 혜택인 고소득 노동자들의 소비와 세수는 용인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와야 마땅하다.

 

해법은 명확하다. 바로 ‘선(先)교통 후(後)입주’ 원칙을 실현하는 행정력이다. 경강선 연장, 국도 45호선 확장, 국지도 82호선 및 57호선의 조기 착공은 단순한 도로 공사가 아니다. 이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고, 용인 시내로 들어와 가족과 저녁을 먹고 문화를 향유하게 만드는 생존 전략이다.

 

시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현수막이 아니라, 고통 없는 출퇴근길과 아이 키우기 좋은 학교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에 다시 없을 천재일우의 기회다. 이 기회를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키겠다’는 방어적 태도를 넘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지금은 막연한 불안감에 휩쓸릴 때가 아니라, 튼튼한 인프라 위에 내실 있는 ‘용인의 시간’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