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윤석열 내란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의 사형 구형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이다. 동시에 법치주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한 엄중한 선언이기도 하다. 사법적 절차는 이제 법원의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법정 밖 우리 사회의 시계는 여전히 혼란과 분열 속에 멈춰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2.3 계엄 사태가 남긴 가장 뼈아픈 후유증은 시민사회의 단절이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도 정치가 금기어가 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적대감이 갈등을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분열을 부추기는 것은 거리마다 내걸린 원색적인 비방 현수막들도 한몫한다. 법의 맹점을 이용해 상대를 악마화하는 현수막 공해는 시민들에게 정신적 테러를 가하며 정치 혐오만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특검의 구형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는 분노와 응징을 넘어 치유와 안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정치권 역시 과거의 구태를 벗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이 당명 개정과 쇄신을 다짐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간판만 바꿔 다는 보여주기식 쇼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내란을 방조했던 과오를 처절하게 반성하고,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건전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국민은 화려한 수사가 아닌 뼈를 깎는 실천을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불법 공천헌금 사태 등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이와함께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용인시는 지금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국가적 과업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의 최전선이자,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중차대한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또다시 중앙 정치의 진영 논리에 휩쓸려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110만 용인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번 선거만큼은 ‘바람’이 아닌 ‘인물’을 봐야 한다. 특정 정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나, 진영 논리에 편승한 ‘표 쏠림 현상’은 배격되어야 한다. 용인에는 여의도 정치 싸움을 대리할 ‘싸움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 배후 도시로서의 교통, 주거, 환경 문제를 해결할 유능한 ‘행정가’와 ‘살림꾼’이 필요하다.
시민들 또한 냉철해져야 한다. 그동안 용인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과 헌신을 해왔는지,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졌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중앙 이슈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려는 후보를 가차 없이 걸러내고, 내 삶을 바꿀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가진 ‘진짜 일꾼’을 찾아내는 혜안이 절실하다.
사법적 정의는 법원이 세우지만,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의 미래를 여는 것은 오직 깨어 있는 유권자의 몫이다. 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들은 이미 지방선거전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부디 6.3 지방선거가 증오의 대결장이 아닌,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책 대결이 꽃피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전부터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내란의 상처를 딛고 용인이,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다시 비상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