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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태 원장의 의학칼럼

왜 말은 지치지 않고, 인간의 정자는 흔들릴까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2026년은 병오년, 말띠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지치지 않고 달리는 말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말이 나왔으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고 싶다. ‘말’이라는 동물은 생식력만 놓고 보면 실로 대단한 정력가다. 물론 동물과 인간의 생식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인간이 동물과의 비교에서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이 바로 생식력일지도 모르겠다.

 

제아무리 슈퍼맨 같은 남성이라 해도 한 번 사정 시 정자 수가 평균 3억~5억 마리라면, 말은 한 번에 50억~100억 마리의 정자를 만들어낸다. 더 놀라운 건 그 안정성이다. 웬만한 스트레스와 환경 변화에도 정자의 수와 품질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기분, 컨디션, 환경에 따라 정자의 숫자와 질이 민감하게 요동치는 인간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것이 단순한 ‘체력의 차이’라기보다는, 번식을 중심으로 설계된 생물학적 구조의 차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현대 인간, 특히 남성의 생식력이 이 구조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오늘날 남성의 정자 건강은 의지나 기력보다 환경과 음식 문화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 공해, 환경 호르몬, 플라스틱과 살충제, 미세플라스틱 같은 물질들은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생식 기능을 압박한다. 여기에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잦은 외식과 단 음료가 더해지면 정자는 버티기 힘든 환경에 놓인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대사증후군 역시 정자 품질을 떨어뜨리는 직격탄이다. 흔히 술과 담배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그보다 더 무서운 요소들이 이미 일상 곳곳에 깔려 있다.

 

그렇다면 정자 건강을 지키는 데 핵심이 되는 영양소는 무엇일까.

 

첫째는 아연이다. 아연은 정자 생성과 테스토스테론 합성의 핵심 재료다. 굴, 소고기, 견과류에 풍부하다. 아연이 부족하면 정자 수가 줄고 운동성 역시 떨어진다.

 

둘째는 오메가-3 지방산이다. 오메가-3가 부족한 정자는 꼬리가 있어도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연어와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 호두, 아마씨가 대표적이다.

 

셋째는 엽산과 비타민 B군이다. 이들은 DNA 복제와 유전 정보의 안정성에 관여한다. 녹색 채소, 콩류, 통곡물에 풍부하다. 엽산이 부족하면 수정은 되더라도 배아 분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넷째는 항산화 영양소다. 비타민 C와 E, 셀레늄, 폴리페놀 같은 성분은 정자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를 막아준다. 베리류 과일, 채소, 올리브유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자 DNA 손상의 상당 부분은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에서 시작된다.

 

반대로 정자에게 가장 불리한 음식도 분명하다. 과도한 당분, 트랜스지방, 잦은 음주, 초가공식품은 정자의 적이다. 혈당이 자주 출렁이면 고환 내 대사 환경이 흐트러지고, 알코올은 테스토스테론 분비와 정자 형성을 동시에 억제한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점은 있다. 정자는 회복 가능한 세포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소화되고 흡수돼 혈액이 되고, 그 혈액이 고환으로 흘러가 약 70~90일에 걸쳐 정자로 완성된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바꾸면 두세 달 뒤 결과는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말처럼 타고난 생식력을 가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자를 괴롭히는 환경에서 한 발 물러서는 선택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