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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장려 캠페인 - 박숙현의 과학태교

박숙현의 과학태교-21
나의 아기, 누구를 닮아 태어날까

얼굴형이든 체질이든 어딘가에
양가 ‘증조부모 유전자’ 전해져

 

용인신문 | 임신부들은 의사로부터 “아기가 건강하다”는 말을 듣고부터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면 단연코 ‘이 아기는 누구를 닮았을까’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아빠, 엄마를 떠올리겠지만 유전학적으로 양가의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모두 배제할 수 없다. 외가의 증조부모를 닮을 수도 있고, 친가의 조부모를 닮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부모에게서 정확히 절반씩을 물려받는다. 어머니 50%, 아버지 50%. 그래서 계산은 단순하다. 조부모는 25%, 증조부모는 12.5%, 고조부모는 6.25%. 세대가 한 번 올라갈 때마다 유전자의 몫은 반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계산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염색체가 정확히 반씩 잘려서 차곡차곡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감수분열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염색체는 이리저리 섞이고, 일부는 잘리고, 또 일부는 이어 붙는다. 이 과정에서 동일한 조상이라도 실제로 물려받는 DNA의 양은 통계적 평균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12.5%라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다. 실제로는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고, 조금 적을 수도 있다. 어떤 조상에게서 받은 작은 유전자 조각은 다음 세대로 넘어가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낳을 아기 안에는 네 분(양가)의 조부모 흔적이 대체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 얼굴형이든, 체질이든, 어딘가에 그 흔적은 내 자식에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얼굴도 모르는 증조부모에게서도 평균 12.5%의 유전자가 전해진다고 생각해보라. 어느 날 손녀손자를 보며 시어머니가 “증조할머니를 닮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완전히 근거 없는 상상만은 아닌 셈이다.

 

정확하게 따지면 고조부모로부터는 평균 6.25%. 여기부터는 희미해진다.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주 작은 조각일 수 있다. 계보상으로는 분명한 조상이지만, 유전적으로는 옅어지는 구간이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이론적으로는 세대가 거듭될수록 특정 조상의 DNA를 전혀 물려받지 않을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 보통 6~7세대를 넘어가면 특정 조상의 DNA가 0%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 10세대 전쯤이면 가계도에는 이름이 남아 있어도, 실제 유전적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이 즈음에서 조상의 단점을 물려받을 가능성에 대해 걱정이 생길 수 있다. 흔히 “성격이 아버지를 닮았다”, “고집이 할아버지 판박이다”라고 말한다. 마치 하나의 유전자가 통째로 건너와 단점을 그대로 복사해놓은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

 

대부분의 성격 특성은 단일 유전자가 아니라 수많은 유전자의 조합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유전적 경향은 닮을 수 있지만, 육아 환경과 교육의 선택, 학습, 경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잊지 말자. 아이는 조상을 닮아 태어나지만, 부모의 품 안에서 완성된다. 태교는 그 여정의 가장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