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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거구 획정 지연… 또 ‘깜깜이 선거?’

예비후보들 “지방선거 90일도 안남았는데”
용인지역 선거구 합병·분할 가능성 높아
지역구 오리무중… 막판 부실 획정 우려
여야 대치 정국… 정개특위 사실상 올스톱

용인신문 |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지역 정치권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치와 정개특위의 공전으로 인해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거리로 나서는 ‘깜깜이 선거’가 재현되고 있다는 것.

 

지난 5일 국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을 논의해야 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현재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처리에 반발해 국민의힘이 상임위 보이콧과 장외 투쟁에 돌입하면서 정개특위 전체회의 일정이 줄줄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미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2025년 12월 5일)은 3개월을 넘겼다. 이번 정개특위는 지방선거 163일 전에야 구성되어 역대 가장 늦게 출범한 기록을 세웠는데, 설상가상으로 여야 대치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며 지난 2022년 지선 당시 기록된 ‘선거 42일 전 획정’이라는 최악의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용인시, 선거구·의원 정수 조정 불가피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른 혼란은 특히 용인시에서 두드러진다. 용인시는 지난 22대 총선 당시 갑 선거구(처인구)를 제외한 을·병·정(기흥구와 수지구) 선거구의 행정구역 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 경계가 바뀌면 그 하위 단위인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선거구 역시 연쇄적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현재 용인지역 내 출마자들은 행정동이 옆 선거구로 이동하거나 선거구 자체가 합병·분할될 가능성 때문에 선거 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인구 편차 기준(3:1)을 적용할 경우, 인구 유입이 가파른 용인시의 광역·기초의원 정수 증원 논의도 필수적이다.

 

인구증가에 따른 ‘표의 등가성’ 확보를 위해 광역 및 기초의원 정수를 증가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정개특위가 멈춰 서면서 증원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 헌재 위헌 결정 재획정 시한도 ‘경과

용인과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도 비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전국 17곳의 광역의원 선거구가 인구 편차 하한선에 미달하여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전북도의회 선거구 등에 대해 지난 2월 19일까지 재획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국회는 이 시한마저 넘겼다.

 

인구 미달 선거구를 강제로 통합할 경우 ‘거대 공룡 선거구’가 탄생해 지역 대표성이 약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나 비례대표 확대 등의 대안이 거론되지만, 선거가 임박한 현시점에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 시한 쫓기는 획정위, ‘게리맨더링’ 우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선거일이 임박해 획정이 이루어질 경우 발생할 ‘게리맨더링’에 대한 우려다. 선거구가 법정 시한 내에 확정되지 못하고 막판에 졸속으로 처리되다 보면, 인구수 맞추기에 급급해 지리적 여건이나 생활문화권을 무시한 채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분할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지선에서도 행정동이 갑자기 옆 선거구로 넘어가거나, 생활권이 전혀 다른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는 사례가 속출했다.

 

용인지역의 한 출마 예정자는 “선거구가 늦게 정해질수록 여당과 현직 의원들에 유리한 선거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결국 정치 신인의 진입을 막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 유권자 권리 침해… 국회 직무유기 비판 ‘고조’

용인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예비후보는 “어느 동네가 내 선거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주민들께 지지를 호소하겠느냐”며 “국회의 직무 유기로 인해 정치 신인들은 인지도 쌓기조차 불가능한 불공정 게임을 강요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개특위가 조속히 재개되어 인구 통계 기준일을 확정하고 획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행정통합 이슈와 정치개혁 과제를 둘러싼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분간 출마자들과 유권자들의 혼선은 지속될 전망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결국 입후보자의 선택권뿐 아니라 유권자가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을 빼앗는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